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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모든 민주국가에 던지는 경고

by 박카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들이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혼란과 분열의 시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책으로, 쿠데타가 아닌, 합법과 제도 속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치적 적대가 어떻게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지, 민주주의가 스스로 자멸해 가는 과정을 자세한 예시를 들며 논리적으로 보여줍니다.


브런치북에서 매주 수요일,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읽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을 되짚어보고, 이 혼란의 시대에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책에 소개된 실제 역사적 사례들은 분량이 많아 모두 소개하기 어렵습니다.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신다면 책을 직접 구입해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들어가며 -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로운 제도였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헌법, 자유와 평등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역사적으로 탄탄한 중산층, 높은 수준의 부와 교육, 그리고 광범위하고 다각화된 민간 영역이 아마도 민주주의 붕괴라는 재앙에서 미국 사회를 지켜주었을 것이다. (...)


대부분의 국가가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른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다른 형태로 죽어간다. 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붕괴는 대부분은 군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뤄졌다. 베네수얼라의 차베스는 물론 조지아, 헝가리, 니카라과, 페루,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스리랑카, 터키, 우크라이나에서도 선거로 추대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전복했다. 오늘날 민주주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많은 독재 정권의 민주주의 전복 시도는 의회나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합법적’이다. 심지어 사법부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부패를 척결하고, 혹은 선거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개선’하려고까지 한다. 신문은 똑같이 발행되지만, 정권의 회유나 협벽은 자체 검열을 강요한다. 시민들은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세무조사를 받거나 소송당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 혼란을 불러온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깨닫지 못한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시험은 이러한 인물이 등장하는가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나서서 이러한 인물이 당내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이들에 대한 지지와 연합을 거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당의 민주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경쟁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이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가이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극단주의자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


정당 체제와 시민사회는 물론 민주주의 규범이 필요하다. 그 규범이 무너질 때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민주주의 보호막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독재자는 민주주의 제도를 정치 무기로 삼아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선출된 독재자는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 기관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언론과 민간 영역을 매수하고(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꿔서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인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비극적인 역설은 그가 민주주의 제도를 미묘하고 점진적으로, 그리고 심지어 합법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죽인다는 사실이다. (...)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돌아가고 오랫동안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헌법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까지 두 가지 기본적인 규범이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미국 사회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 왔다. 그 두 가지 규범이란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이해, 그리고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를 말한다. (...)


민주주의 규범 침식은 당파적 양극화에서 비롯되었다. 그 양극화는 정책 차이를 넘어서, 인종과 문화에 걸친 본질적 갈등으로까지 뻗어 있다. (...) 민주주의 붕괴에 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극단적인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이 책에서 우리 두 저자는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보고,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시민사회가 따라야 할, 그리고 따르지 말아야 할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패턴이 있다. 역사적 사명인 이 책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너무 늦기 전에 그 패턴을 발견해 내는 일이다. (P.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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