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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민주주의자와 극단주의자의 치명적 동맹

by 박카스

『1장 민주주의자와 극단주의자의 치명적 동맹』에서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데 있어 가장 위험한 순간은, 기존의 민주주의 정치 세력이 극단주의자들과 손잡을 때라고 말한다. 이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처럼, 선출된 권위주의자가 기존 정치 세력의 지원을 받아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역사적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들은 정치 엘리트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반민주적 세력과 연대하지 않아야 하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는 책임감 있는 선택과 원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차베스 모두 흡사한 여정을 거쳐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그들 모두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기술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성 정치인들이 경고신호를 무시하고 권력을 쉽게 넘겨주거나(히틀러와 무솔리니) 혹은 정치 무대에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주었기(차베스) 때문에 권좌에 오를 수 있었다.


기존 정치 지도자가 정치적 책임을 저버릴 때 그 사회는 전제주의로 들어서는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차베스가 승리하고 몇 년이 흐른 뒤, 라파엘 칼데라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변명했다. “차베스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히틀러가 수상이 되고 단 하루 만에 그를 지지했던 한 유력 보수 인사는 이렇게 고백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험한 선동가와 손을 잡고 말았다.” (P.27~28)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며, 때로 그들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권력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의 인기를 얻었을 때 기성 정치인들은 힘을 합쳐 그들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한다. 물론 극단주의자의 호소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엘리트 집단, 특히 정당이 사회적 거름망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문지기인 셈이다. (P.29)


우리는 린츠의 연구를 기반으로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신호를 개발했다. 우리는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정치인을 유심히 켜봐야 한다. (...)


어떤 정치인들이 전제주의 리트머스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이는가? 주로 포퓰리즘 아웃사이더*가 그렇다. 포퓰리스트*는 기성 정치에 반대한다. 그들은 자신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부패하고 음모를 꾸미는 엘리트 집단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존 정당 체계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기성 정치인들을 비민주적이고 비애국적인 자들로 매도한다. 또한 지금의 통치 시스템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며, 엘리트 집단이 독점한, 부패하고 상처 입은 가짜 민주주의임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한다. 포퓰리스트는 엘리트 집단을 처단해서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포퓰리스트가 선거에서 이길 때 그들은 종종 민주주의 제도부터 공격한다. (P.31)


주요 정당이 문지기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극단주의 세력을 고립시키고 억제할 힘이 있어야 한다. (...) 첫째, 잠재적인 독재자를 선거 기간에 당내 경선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당 지도자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극단주의자를 고위직 후보자로 공천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둘째, 정당의 조직 기반에서 극단주의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


셋째, 반민주적인 정당이나 후보자의 모든 연대를 거부함으로써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 (...)


넷째, 극단주의자를 체계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극단주의자가 유력 후보자로 떠오를 때 주요 정당들은 연합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린츠의 말을 빌리자면, “이념적으로 멀다고 해도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상대 정당과 연합할 수 있어야 한다." (...) 용기있는 지도자는 급박한 순간에 민주주의와 국가를 당의 이익보다 앞세우고, 또한 유권자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P.33~35)




* 포퓰리즘 아웃사이더 : 기존 정치 질서 바깥에서 등장해, 전통적인 정당과 정치 엘리트를 강하게 비판하며 지지를 얻는 정치인을 말한다. 이들은 대개 정치 경험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을 ‘기득권에 맞서는 국민의 진짜 대변자’로 포지셔닝한다. 정제된 정책보다는 감정적인 언사와 단순한 구호를 통해 대중의 분노와 불만을 자극하고, 법과 제도보다는 ‘민심’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포퓰리즘적 메시지로 빠르게 대중의 지지를 얻어 권력에 오르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규범과 제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 포퓰리스트 : 정치적, 사회적 불만을 이용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을 말한다. 이들은 사회를 '선량한 일반 국민'과 '부패한 엘리트'로 이분화하고, 자신이 국민의 의지를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강한 감정적 언어를 사용하고, 때로는 민주주의의 규범과 제도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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