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답답하다. 클래식.
저는 클래식 전공자입니다. 아마추어 경력까지 포함하면 35년째 성악이라는 장르에 속해 살아가고 있죠. 저는 공연 중에 관객들에게 말을 많이 거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꼭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얼마나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들으세요?"
물론 저는 클래식 공연만 하지 않기 때문에 접하게 되는 관객들이 흔히 말하는 클래식 애호가가 아닐 확률이 높긴 하지만, 놀라운 것은 클래식 공연을 할 때에도 관객들의 답변은 클래식 공연이 아닐 때의 관객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대략 자주 듣는다라고 답한 관객은 10% 정도. 클래식의 대중화다, 찾아가는 음악회다 등 이런 얘기들이 나온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여전히 클래식은 좀처럼 듣지 않는 음악이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클래식Classic"이라는 이름에 해답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오늘날 듣고 있는 클래식이라는 음악은 그 음악이 작곡되고 연주될 당시의 최신 음악이었을 것이고,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여전히 그 정서와 매력을 인정받아 살아남은 것이 클래식이라는 것이죠. 여전히 오늘날의 관객들은 오늘날 작곡되고 연주된 음악, 즉 최신 음악을 주로 듣는 것이고 오늘날 연주되는 이 음악들이 또 수십 수백 년이 지나도 누군가 그 음악을 재생산해낸다면 그 또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관객들이 클래식을 듣지 않는 이유가 단지 시의성 때문만일 까요?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거나 클래식 애호가의 타이틀을 스스로 달고 계신 분들은 클래식은 공부를 해야 그 좋은 것을 알게 된다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아... 공부를 해야 좋은 음악이라.
저야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 그 작곡가들의 천재성에 하루 종일 기립박수를 쳐도 아깝지 않음을 알고 그래서 저도 그렇게 말을 하고 싶지만 과연 하루에도 새롭게 쏟아지는 수많은 음악들 사이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굳이 제1주제가 뭐고, 변주가 뭐고, 소나타 형식이 뭔지 공부를 할까요? 그런 공부를 하지 않아도 노랫말이 가슴이 울리는 발라드나, 드라마에 삽입되어 가장 로맨틱한 장면에 깔리는 주제가라던가, 뭔가 느낌 있어 보이는 허세 속에 강렬하게 쏟아내는 랩이 일반인들에게는 더 "좋은" 음악일 텐데요.
심지어 미국 시카고의 편의점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었더니 매장 주변 노숙자들이 "짜증 난다"며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웃픈 일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정보량이 많고 단편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사귀어보면 참 좋은데 첫인상이 정말 공부 잘하게 생기고 언제나 말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다녀서 쉽사리 말을 걸기 힘든 사람 같다고나 할까요.
또 하나의 장벽은 클래식 공연장에서의 분위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음악 공연이나 야외에서 하는 페스티벌을 보고 온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재미있었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공연에 나온 음악들도 음악들이지만 공연장을 가득 메운 그 열기와 관객들의 환호,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에너지에 몇 시간 절여져 나와서 분명 어제 본 공연의 얘기를 하는데도 아직 그 에너지를 품고 있어서 듣는 제가 마치 그 시간대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니 말이죠.
반면 클래식 공연을 보고 온 사람들은 대체로 세 부류 정도로 나뉘어 지죠.
첫 번째 부류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입니다. 이 부류의 사람들이 나누는 공연평은 소리가 좋았네, 의상이 예뻤네(어디서 빌렸지?), 반주자가 잘했네(나도 저 반주자랑 한번 공연해 봐야겠네), 새로운 프로그램이 좋았으니 악보를 달라고 해야겠네 등 본인들의 앞으로의 공연에 관계된 얘기들을 주로 합니다.
두 번째 부류는 그날의 공연자와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칭찬일색입니다. 자신을 초대한 공연자가 실수를 하던 잘하던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는 철저한 아군들입니다.
세 번째 부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류와 연관돼서 딸려온 사람들입니다. 굉장히 소수이고 사실 본 공연에 큰 기대도 관심도 없었으나 얼결에 와보니 공연장이었더라 하는 사람들이죠.
사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클래식 공연장의 분위기는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정열을 느끼기에는 뭔가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 내가 옷차림에 실수가 없나, 공연 중에 뭐라도 소리를 내면 중범죄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행여 중간에 연주가 너무 좋았어서 박수를 쳤더니 주변 사람들이 "이런 무식한!" 하는 눈빛으로 쏘아보는 것 같은 분위기도 힘들죠.
세상에서 제일 좋은 노래는 "내가 아는 노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의 생소함도 클래식 공연장을 잘 찾지 않는 데에 한몫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야 어느 포인트를 중점으로 들어야 좋다는 것을 알겠지만, 생각보다 일반인들이 그 포인트를 알고 감동받기란 참 어렵습니다. 하물며 "모르는 노래(앞에서 던진 우스갯소리에 비추자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노래)"가 주구장창 나오는 클래식 공연장이라... 생각만 해도 암울합니다.
저는 일반인들이 클래식 공연장을 부담 없이 찾기를 소망하는 음악가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도 스스로 너무나도 거룩해져서 일반인들과 괴리된 채 자기들만의 잔치를 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계가 안타까워서입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이 일반인들과 멀어진 게 된 과정들을 좀 들여다보고, 21세기를 지나며 앞으로 클래식 음악계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길들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덤으로 이름만 들어도 신성(神性)이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사생활도 살짝 들여다보면서 그들 또한 우리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음을 이야기하면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들이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 글이라 미숙하지만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