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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멀 Jun 17. 2024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한, 중간점검

[36개월 아이] 아동발달검사, 기질 및 성격검사, 부모양육태도검사


성남시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열린상담실을 주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마침 담당하는 상담선생님의 자녀가 우리 아이와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실생활 에피소드가 겹치기도 하고, 설명이 진심으로 너무나 와닿아서 너무나 만족스럽게 이용 중인 (심지어 무료) 서비스다.


아이가 세돌이 딱 지났을 무렵 받았던 아동발달검사(K-CDI), 기질 및 성격검사(TCI), 부모양육태도검사(PAT) 내용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아동발달검사(K-CDI)


아이의 기질검사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었다. 매일 붙어 있는 엄마가 잘 알고 있는 아이의 성향을 그냥 좀 더 공식적인 단어로 설명해 주는 것이랄까. 객관적인 설명이 가능하도록 유형화하는 것일 뿐이다. 


이 검사는 부모인 내가 문진으로 검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오래 생각하지 않고, 딱 떠오르는 대로 답을 체크해야 했다. 우리 아이의 전체발달 평균은 3.0세로, 나이와 딱 맞는 결과가 나왔다.



결과를 보면, 우리 아이의 강점이 드러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표현언어 (5.9세 수준의 발달 상태)

간단한 몸짓, 발성, 언어 행동부터 복잡한 언어 표현인 표현적 의사소통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우리 아이는 말이 빠른 편도 느린 편도 아니었다. 다만 어린이집에서도, 지금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표현을 잘한다', '표정이 다양하다', '말을 재미있게 한다' 등의 피드백은 종종 받고 있다.


사회성 (4.7세 수준의 발달 상태) 

개별적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집단 참여 상황에서 부모, 아동,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우리 아이는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장소나 사람이 파악될 때까지 한쪽에서 눈을 크게 뜨고 (심지어는 눈을 깜빡이지 않을 때도 많음) '관찰'을 충분히 하는 편이다. 그다음에는 누구보다 신나게 그 상황과 사람을 즐긴다. 혼자 하는 놀이보다는 함께 의사소통하며 진행하는 놀이를 좋아하고, 상황에 따라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 시간도 혼자 여러 사람의 역할을 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편이다. 아마 미디어 노출이 거의 없는 환경 덕분이기도 한 것 같다.


숫자 (3.11세 수준의 발달 상태)

글자 (3.9세 수준의 발달 상태)

숫자 1부터 10까지 센 건, 거의 말을 처음 하기 시작할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젖은 머리 말리기를 싫어하니, '엄마가 딱 10초만 말릴게'하면서 숫자를 센 걸 외웠던 듯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리 아이는 눈으로 관찰하는 것을 잘하고 즐기다 보니 레터(Letter)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숫자는 보통 엘리베이터의 버튼, 한글은 어린이집 친구들의 이름으로 친숙해지길 시작했다. 다행히 요즘 아이들은 이름이 획도 적고 쉬운 편이라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교통표지나 안전표시, 경고판을 보고 그 그림이 의미하는 바를 맞추는 것을 지금까지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다행히 우리 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픽토그램을 볼 수 있어서, 항상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검사한 지 10개월 정도 지난 지금, 살짝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한 가지 있다.


자조행동 (2.10세 수준의 발달 상태)

3.0세에 검사를 받아 2.10세 수준이라는 결과를 받았으니 정상범위의 발달이 맞다. 하지만 3.10세인 지금을 기준으로 보면 작년에는 왜 이 부분이 '겨우 보통 수준'이었나 싶다. 나는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육아의 목표는 아이의 독집'이라는 말을 100% 공감하며, 아이가 스스로 독립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길 바라고 기다려주는 편이다. 요즘은 밥상에 수저 놓기, 밥 먹기, 정수기로 물 떠서 마시기, 옷 고르기, 바지 입기, 신발 신기, 화장실 가기, 하원 후 가방정리 등을 스스로 하고 있다.



기질 및 성격검사(TCI)


나와 아이의 기질과 성격을 검사했다. 이것 또한 내가 문진에 답한 내용을 기준으로 결과가 나왔다. 주로 성인은 후천적인 성격이, 아이는 선척적인 기질이 결과에 반영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나의 성격과 아이의 기질은 거의 정반대와 다름없었다. 상담선생님께서 '아이가 이해 안 될 때가 많으시죠?'라고 물었다.


우리 아이는 뚜렷하게 '위험회피' 기질을 가지고 있다. 이 영역에서 95%가 나왔다. 나는 정 반대로, 위험회피 영역에서 5%가 나왔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예기불안의 측면에서 나와 아이가 반대인 것이다.


자극추구 영역에서 우리 아이는 43%, 나는 74%. 자기 초월 영역에서 우이 아이는 80%, 나는 12%가 나왔다. 그야말로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자극추구의 경우 관습적 안정성과 새로운 것을 탐색할 때의 즐거움, 심사숙고과 충동성, 절제와 무절제, 질서 정연한 것과 자유분방한 것 사이에서 어떤 것을 추구하느냐의 문제다. 아무래도 우리 아이는 위험회피 기질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극을 추구하기보다는 익숙하고 질서 정연한 부분을 선호하는 것일 테고, 나는 그 반대인 것이다.


자기 초월 영역은 아무래도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높은 수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직 풍만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기로, 엄마인 나의 기질도 지금의 아이와 다르지 않았을 수 있으나 삶을 살면서 성격이 많이 바뀐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조금은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이 검사의 목적은 나와 아이가 애초에 갖고 있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훈육'이라는 한 가지만 보더라도, 아이의 기질에 적합하게 훈육하는 방법을 내가 배워야 하기 때문에 이 검사가 필요하다. 또 나는 이해되지 않지만 아이에게는 즐거움의 포인트가 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부모로서 제지하기보다는 지켜보는 것을 택하는 것이 상황에 더 적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양육태도검사(PAT)


부모양육태도검사도 우리 부부처럼 대화가 많고 육아에 관심 많은 케이스라면 예상밖의 결과는 나올 리 없을 것 같다. 다만 좀 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니 좋다가도 안 좋다고 해야 할까. 안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부분을 상담선생님이 콕 집어 '부족합니다!'라고 말해주니, 빨리 보완해야겠다는 다짐? 의지? 가 더 생기는 정도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부부간에 육아방식을 많이 협의하지만, 이미 부모도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검사 결과에 좀 드러나는 것 같다. 이것 또한 원래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을 객관적으로 종이에 써주는 것일 뿐이지만,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이런 공식적인 결과지는 한 번쯤 받아볼 필요한 것 같다.


상담선생님 말씀으로는, 아무리 부모가 본인의 양육태도 중 뭔가를 고치려고 해도 크게 고쳐지지는 않기 때문에 부모양육태도검사는 언제 받아보아도 잘 바뀌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결과를 보니, 우리 부부는 참으로 다행히도 서로 보완적인 양육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TMI를 날리자면, 우리는 MBTI도 겹치는 알파벳이 하나도 없는 부부다.


지지표현 (아빠: 이상적)

지지표현은 부모가 자녀에게 애정을 많이 보이는 정도를 말한다. 점수가 높은 우리 남편은, 아이에게 애정표현을 많이 하고 있다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도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편인 줄 알았는데, 아이의 감정 수준에 따라 애정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애정표현을 해보기로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합리적 설명 (엄마: 이상적)

이 영역은 부모가 자녀의 잘못을 꾸중할 때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하는 노력의 정도를 말한다. 이 영역 또한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는 내가 육아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이면서 우리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한 훈육'이다. 그래서 훈육 방법을 많이 공부하다 보니 아마 이 영역에서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과잉기대 (아빠: 이상적)

부모가 자녀에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암묵적인 기대 정도를 의미하는 이 영역에서 남편은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모의 기대 수준에 자녀가 따라오지 못한다고 느끼지만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가 아주 어릴 때는 약간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성장함에 따라 부모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발달하기 때문에 자신이 암묵적인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느끼면 자존감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의외로 나는 이 영역에서 아주 하위 점수를 받았다. 기대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기대가 전혀 없는 것도 자녀의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남편과 같이 적절한 수준에서 아이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뭐든지 중간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비일관성 (엄마: 이상적)

이 영역은 자녀의 성격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과 지적인 측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양육방식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꾸지람의 기준이 일관된다는 '이상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무래도 훈육의 중요성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고, 훈육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두었기 때문에 -혼동스러운 부분도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가능한 결과였던 것 같다.



우리 부부가 둘 다 미흡하여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었다. 


감독 (아빠: 지나침)

자율성은 자녀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부모가 감독하는 정도, 그러니까 부모가 자녀의 일상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는 정도가 적당하면 행동규범을 잘 습득하고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의 경우 감독 영역에서 '지나침' 평가를 받았다. 자발성, 탐구력, 사고력, 어려운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조금은 더 허용적으로 반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의 생활과 활동을 확인하려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자녀의 연령 증가에 따라 자율성의 폭을 점차 늘려야 자녀가 바람직한 사회성을 습득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남편도 이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아이의 자율성을 지켜줘야 할 것이다.


성취압력 

우리 부부가 다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약간의 성취압력이 지적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부부는 '허용적 부모'라고 한다. 맞는 것 같다. 위험한 것이 아니면 대부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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