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일단 저지르고 계획을 세우는 거다. 하나하나 다 재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계획이라는 핑계로 시작을 늦추느니 우선 저지르고 수습할 방법을 찾는 편이 낫다. 일단 하나라도 시작하자. 하나를 끝내면 주저 말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저지르는 거다.
조급해하지 말자. 그런 날도 있는 거고, 그런 시간도 있는 거다. 결국 모든 순간의 선택과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를 둘러싸며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구태여 부정을 욱여넣지 말자. 단순하게 생각해, 단순하게.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기준과 가치관이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결국 지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나의 가치와 기준은 언제나 그렇듯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끝까지 버티면 내가 다 이긴다.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대화를 나눴고, 무엇에 매료되었고, 어떤 글을 썼고, 세상에 무엇을 내놓았는가로 나를 판단하자. 생활의 수준으로, 끝없는 반복으로 실력을 키우자.
성장은 고통을 동반한다. 근육을 찢는 거다. 편하게 가려고 하지 말자.
안 되는 이유는 안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력은 없고 마음가짐만 있다. 마음가짐이 곧 노력이다.
실수가 잦아졌다. 그만큼 성장한다.
이런저런 핑곗거리만 늘어놓으면서 주저하던 일들을 하나 둘 이뤄가는 중이다. 무척이나 소박하지만, 무척이나 소중한 일들이다.
글은 왜 쓸까
책은 왜 읽을까
영화는 왜 볼까
사람은 왜 만날까
우리는 왜 살까
모든 일에는 당위가 부여된다. 당위를 찾아 나서야 한다. 목적에 정체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냥 써지는 게 아니구나, 그냥 쓰는 게 아니구나, 누구나 쓰는 게 아니구나.
살아냄은 족적을 남기는 것이다. 번듯이 살아감은 번듯이 적어내는 것이다. 너와 나의 흔적이 있기에, 부스럼이 남기에, 세상은 삶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흔적 없이 지나간 과정은 결과물의 보증인이 되어주지 못한다. 사실 결과와 과정은 똑같은 것 아닌가?
덜어냄과 동시에 깊어지자. 사골국물처럼, 쿼터파운더 치즈버거처럼, 묵직하게 녹진한 사람이 되자.
얼마나 높이 솟았냐가 아닌 얼마나 더 깊어졌냐가 더 중요하다.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나만의 기준을 세우자. 고집불통이 되자.
우리는 급을 나누고, 주변을 거르고, 개성을 유형화한다. 자기계발, 효율성, 능률, 성취와 성공을 빌미로 나와 너를 검열한다. 저마다의 바벨을 쌓아간다.
감정에 집중하자. 스스로 속이기를 멈추자.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흘러가보자.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 이를 처절이 극복하기를 반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가치를 나누는 일, 나눔의 가치, 나눔으로 완성되는 가치.
반가운 외로움.
투박함으로 둘러싸인 갖가지 의도를 부드럽게 다듬어가자.
여전히 불완전한,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 온전히 받아들이자.
사람의 말로, 사람의 표현으로 어찌 완벽을 논할 수 있을까, 무한으로 수렴하는 우리의 유한함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은 결국 불완전함 아닐까.
사무치는 감정들 모두 스쳐 지나가는 과정이다. 지나온 날들의 내가 부끄러운 이유도, 오늘을 확신하며 내일을 다짐하는 이유도, 다가오는 날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거두어질 숨, 가쁜 인생, 최대한 오늘을 어제로 추억하고 내일로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더불어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