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스턴 Mar 10. 2016

기후변화 논쟁

플레처스쿨 에버릿 교수와 무마 교수의 찬반 토론회


매년 플레처스쿨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윌리엄 무마(William Moomaw) 그리고 브루스 에버렛(Bruce Everett) 교수의 찬반 토론회를 주최한다. 금년초에 9번째로 개최된 이 토론회는 록키 대 아폴로의 시합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선수소개와 배경음악에 라운드걸까지 동원하여 제법 볼거리가 있는 학교의 연례 행사로 자리 잡았지만 사실상 지난 한 해 동안 두 교수 및 기후변화 찬반 양 진영의 연구 실적을 학생들 앞에 보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IPCC 보고서의 공동저자 (따라서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이기도 한) 무마 교수는 기후변화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현상이며 이에 인류는 최대한 빨리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고 오히려 중국과 같은 개도국들이 에너지효율을 제고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마 교수는 이른바 ‘3% 솔루션’을 제시하며 개개인의 작은 노력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경감(mitigation)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석유 에너지사 출신인 에버렛 교수는 기후변화 현상을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IPCC 보고서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만을 가정하고 있어 그 결과를 모두 신뢰하기 힘들며 기후변화 현상은 정치적으로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브루스 에버렛 플레처스쿨 국제경영학 교수(좌)와 윌리엄 무마 플레처스쿨 국제환경정책 교수(우)


현재의 경감(mitigation) 및 적응(adaptation) 노력은 수익률이 극히 미미한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꼴과 같다는 말이다. 일기예보에서 폭설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폭설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모두 밖에 나가 촛불을 들고 있자고 하면 어떡하냐는 것이 그의 논지다. 전통 화석 연료가 현재 인류에게 가장 저렴한 자원이므로 이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에버렛 교수는 오히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EU와 같은 선진국들이 야심차게 세운 온실가스 경감 목표를 앞으로 수년 내에 달성한다 하더라도 개도국들이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 이상 전세계 배출량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두 교수가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해 크게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자체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가 이례적으로 매우 뜨거워 지고 있으며 이 현상이 인류에 의한 것(anthropogenic)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또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 기후에 의한 재난이 빈도와 심도 면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반인들 중에는 잘 못된 정보에 노출되어 기후변화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무마 교수는 2012년 1월 27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란에 실린 기고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기고문의 요지는 16명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 현상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지구온난화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으나 사실상 그 16명의 소위 전문가들 중 기후학자나 대기학자는 2-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학계 설문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해 적극적으로 학술지에 기고를 하는 학자중 97%-98%가 IPCC 보고서의 내용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기후변화 연구를 하는 대다수의 학자들이 지지한다는 IPCC 보고서의 내용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시점에서의 기후변화 대책이다. 기후 변화 대책 사업에 얼마나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IPCC 조차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이 미래 후손들의 삶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이를 현재가치화 하는 이른바 사회적 할인율(social discount rate)을 다르게 적용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할인율에 대한 논쟁은 2006년 할인율을 상당히 낮게 잡아 세계 GDP의 1%를 기후변화 대책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 영국의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를 시작으로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듯 하다.


사회적 할인율을 얼마나 제대로 예측하고 이에 맞게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우리 세대와 우리 후손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모두 기후변화 대책은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국 모두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느 나라도 그 어느 진영에서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이니 두 말 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 않은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파렴치한 행동들은 익히 봐 와서 놀랄게 없겠지만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태도는 사실 미국 이상으로 야비하다. G20 회원국이니 OECD 회원국이니 자랑스럽게 선진국을 자처하다가도 기후변화 문제 앞에서만큼은 어떻게든 개도국 지위를 누리려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곧 있을 양국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도 일개 대학원에서 열리는 두 교수의 토론회만큼 영양가 있는 주장이 오고 갔으면 좋겠다.


[2012년 10월 1일 최초 작성]

작가의 이전글 팁(tip) 문화의 경제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