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도 비싼 명품, 명품, 명품
- 이왕 살 거라면 오래 쓸 걸 구입하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땐 엄마가 사주는 게 좋은 거라 생각해 나이에 맞지 않는 비싼 옷을 입기도 했다. 언젠가는 그 옷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어울리는 옷을 찾는데 돈을 꽤 많이 썼다. 학생인지라 비싼 브랜드가 아닌 옷들을 위주로 구입했고 모노톤의 베이직 아이템이 갖고 싶어 졌을 땐 조금 비싸더라도 괜찮은 소재의 옷이 눈에 들어오고, 점점 그런 옷을 구입하게 되었다.
- 드디어 나도 갖고 싶은 명품이 생겼다.
용기 내어 들어간 백화점 명품관에서 낯선 광경에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같이 들어간 남편이 뭐라도 말 좀 해보라고 하길래 미리 점찍었던 상품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물어봤다. 저 상품은 현재 재고가 없고... 그 뒤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2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정확히 2달 후, 우리 동네에서 출퇴근길에 그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하루에 2명 이상 보기 시작했다.
나도 명품 가방 하나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쯤 가방 가격을 보고 저 돈이면 유럽 가는 비행기를 왕복으로 끊을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갈 수 없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모아 두고 나중에 가겠다.라는 마음이었달까. 그리고 돌아보니 내 친구들은 본인에게 어울리는 명품을 잘도 고르던데 나는 고르긴커녕 심지어 가게에서 직원에게 물어보지도 못한다며 명품 백 하나 사긴 그른 것 같단 얘길 하곤 한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이전엔 미처 몰랐던 상품의 가치를 깨달았던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많이 갖고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을 갖고 있는 게 좋다는 걸. 아 물론, 좋은 것의 기준은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걸.
오늘 오랜만에 들어간 백화점에서 줄을 서 기다리며 명품관에 들어갔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원하는 것을 얘기했다. 지갑을 보여달라고 하니 마음에 쏙 드는 크기를 보여주셔서 혹하고, 미니백을 보여달라고 하니 내 스타일에 맞는 백을 들어볼 수 있었다. 다만 듣는 가격은 0을 두 개 정도 빼야 할 것 같은데, 가격이 잘 빠졌다는 말이 어색할 만큼 비싼 명품. 가방 하나 사서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프라이탁을 데일리 백으로 매고 다니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싶은 명품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