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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Jun 10. 2023

팀장이 임신했다: 출산휴가 준비기(2)


“저… 출산휴가만 마치고 돌아와 보려고 해요.”


“잘 생각했어요, 미나님!”


박대표는 사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미나의 휴직 기간을 공표했다.

“미나 팀장님은 출산휴가만 3개월 쓰고 복직하시기로 했어요.”




마음의 결정과 함께 이미 회사에 결정을 알리기 까지 했지만, 미나의 한 켠에서는 걱정이 계속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남은 휴가+출산휴가 3개월은 다 끌어써도 100일 정도 일테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가겠지…? 이후에 바로 이어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기로 하긴 했지만..’


 주변에서 그동안 봐았던 임산부들이랑 다르게 미나는 임신기간 동안 입덧이 끝나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체력이 바닥났었고, 근육도 다 빠져서 필라테스를 해도 도무지 회복되지 않았던가. 게다가 출산 후에도 산모는 100일 동안 환자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듣고나니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문득 미나의 이전 직장에서 만났던 여자 선배가 떠올랐다. 애 낳고 3개월만에 바로 복직했다던 그 여자 선배는 무용담처럼 자랑스레 자기 경험을 얘기하곤 했었다. 그 때는 20대 후반에 결혼도 생각조차 없던 때라 흘려들었는데, 문득 미나 본인이 애를 낳을 때가 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다닐 때도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굴더니 진짜 독한 X 이었네…’



 임신을 하고, 일을 하면서 당장 걷고 지하철 타며 출퇴근 할 기운도 없는 미나에게 그동안 열심히 키워온, 커리어를 향한 열정과 독기는 싸악 빠진지 오래였다. 억지로 독기만 품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 전략을 고민해야 될 때였다.




 건강하고 빠른 복귀를 위해 출산 전/후로 챙겨야 될 우선순위를 고민했다. 출산 후에는 무조건 ‘내 몸의 빠른 회복’이 1순위였다. 아직 자연분만을 할 지 제왕절개를 하게될 지 정해진 건 없었지만 산후조리원은 무조건 최대로 늘려서 3주를 예약했다. 돈 아낀다고, 아기와의 교감시간을 더 늘리겠다고 1-2주 가지말고 그냥 최대로 케어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자 다짐했다. 산후 마사지도 열심히 받을 것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뒤로는 친정엄마 도움을 받으면 가장 좋겠지만 지방에 계시고 얼마 전 암수술을 하셔서 도움을 받기란 불가능했다. 산후도우미 이모님을 적극적으로, 최대한 활용해 도움을 받아보자 신랑과 이야기를 마쳤다. 미나의 남편도 출산휴가를 활용해 미나의 회복과 아기의 케어에 그 어느 요즘아빠들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다짐한 것은 물론이다.



 출산 전에는 미나의 짧은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 오랜기간 계약직이던 부하직원의 job security를 보장하고, compensation review가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이를 비롯해 여러 업무가 구멍나지 않게끔 팀원을 육성하는 일이 1순위로 필요했다. 팀장님이 부재에도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고 혼자 두려워하지 않고 찾아가며 일을 해낼 수 있는 깡다구를 길러줘야 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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