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이야기
무효인 가등기의 유용(대법원 2019.5.16. 선고 2015다253573 판결)
[사실관계]
A는 2010. 7. 21. 피고에게 서울 성북구 소재 상가건물의 지하 점포 제○○○호(이하 ‘이 사건 점포’라고 한다)를 360,000,000원에 분양하였다.
A는 위 상가건물 신축사업의 동업자인 甲 주식회사와 정산에 따라 이 사건 점포 중 35/100지분(이하 ‘이 사건 지분’이라고 한다)만을 취득하기로 하였고, 이후 사업자 지위를 B에게 이전하면서 피고에게 B와 이 사건 지분에 대해서만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절하였다.
B는 2010. 10. 12.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A는 2010. 10. 25. B와 피고 명의의 매매예약계약서를 위조하여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서울북부지방법원 동대문등기소 접수 제46498호로 2010. 10. 25. 매매 예약을 원인으로 피고 명의의 지분전부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이 사건 가등기’라고 한다)를 마쳤다.
원고는 2012. 4. 25. B의 채권자로서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제경매개시신청을 하였고, 같은 날 이 사
건 지분에 관하여 강제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이하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라고 한다)가 마쳐졌다.
이후 피고는 A의 사기 등 범죄사실에 대한 형사사건 진행 중이던 2012. 7. 4. A가 편취한 돈 중 80,000,000원 상당의 반환 명목으로 B로부터 이 사건 지분을 매수하면서 이 사건 가등기를 유용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등기 유용합의’라고 한다).
2012. 7. 5. 이 사건 지분에 관하여 이 사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로서 2012. 7. 4. 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피고 명의의 지분전부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본등기’라고 한다)가 마쳐짐에 따라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는 가등기에 의하여 보전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등기로서 직권 말소되었다.
[원고의 청구]
피고를 상대로 주위적으로는, 채무자를 대위하여 위 가등기 및 본등기의 말소를 청구하고, 예비적으로는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의 말소회복등기절차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였다.
[쟁점]
1. 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의 유용 합의에 따라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마쳐진 경우의 법률관계
2.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채권자가 제3채무자에게 자기와 제3채무자 사이의 독자적인 사정에 기한 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가?
3. 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의 유용 합의에 따라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마쳐지고, 그에 따라 가등기 이후 마쳐진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가 직권말소된 경우, 말소 당시 소유자를 상대로 말소된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의 회복절차에 대한 승낙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가?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10. 선고 2015나31765 판결
이 사건 가등기는 A가 피고와 B 명의의 매매예약계약서를 위조하여 마친 무효의 등기이고, 이후 피고는 B로부터 이 사건 지분을 매수하면서 B와 위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보전을 위하여 무효인 이 사건 가등기를 유용하기로 합의한 다음 이 사건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를 마쳤으므로, 위 가등기 유용의 합의로써 그 합의의 상대방인 B에 대하여는 이 사건 가등기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다.
한편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 대해 가지는 모든 항변사유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나, 채권자는 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 내에서 주장할 수 있을 뿐이고, 자기와 제3채무자 사이의 독자적인 사정에 기한 사유를 주장할 수는 없다. 원고는 위 가등기 유용의 합의가 있기 전에 이 사건 지분에 대하여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를 마쳐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가등기 유용의 합의로써 대항할 수 없지만, B를 대위하여 이 사건 가등기 및 본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로서는 원고 자신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위와 같은 사유를 주장할 수 없다.
말소회복될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와 이 사건 본등기는 양립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본등기를 먼저 말소하지 않는 한 위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의 말소회복등기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가등기 및 본등기 명의자인 피고를 상대로 한 원고의 승낙청구는 당사자적격이 없는 사람에 대한 청구로서 부적법하다.
[대법원]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기각한다.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는 채권자나 채무자가 직접 등기공무원에게 이를 신청하여 행할 수는 없고 반드시 법원의 촉탁에 의하여 행하여지는바, 이와 같이 당사자가 신청할 수 없는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법원의 촉탁에 의하여 말소된 경우에는 그 회복등기도 법원의 촉탁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하므로, 이 경우 강제경매 신청채권자가 말소된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의 회복등기절차의 이행을 소구할 이익은 없고, 다만 그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말소될 당시 그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있는 사람은 법원이 그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의 회복을 촉탁함에 있어서 등기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 해당하므로, 강제경매 신청채권자로서는 그 사람을 상대로 하여 법원의 촉탁에 의한 그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의 회복절차에 대한 승낙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84367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다28897 판결 등 참조).
원고는 무효인 이 사건 등기 유용합의가 있기 전에 이 사건 지분에 대한 강제경매개시결정을 통해 그 지분을 압류하여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등기 유용합의로써 대항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는 이 사건 가등기의 순위보전의 효력에 반하지 아니하여 직권으로 말소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인 없이 말소되었으므로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의 말소등기는 무효이며, 말소회복될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와 이 사건 본등기는 양립 가능하여 피고는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의 말소회복등기에 관하여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