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일 막 l 일 막은 아니지만 단막극처럼 사는 게

2025. 12. 23. 作

by back배경ground

퇴근하기 전에 저녁이나 먹고 갈까 해서
구내식당 한 켠에 앉아 혼밥을 하다 보면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한 분이
가끔씩 통기타를 메고 지나가시더라고

최근에 다른 부서에서 옮겨오신 분이라
마땅한 기회가 없어 물어보질 못했는데
회사 송년회 때 옆에 계시길래 여쭤보니
은퇴하면 취미로 하려고 배우시는 거래

백세시대이니 은퇴하고서도 이삼십 년
은퇴 없이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창이었을 때보다는 헐렁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하루 일과가 골프 연습하고 사우나하고
근처에 사는 딸네 아이들 돌보시는 부부
방통대에서 일곱 번째 학사모를 쓰시고
공부가 취미가 됐다는 예순두 세 선배님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정보와 뉴스들을
꾸준히 모으시고 전해 주시는 노교수님
주변을 둘러보면 인생 이막 혹은 삼막을
즐거이 혹은 정성껏 쓰시는 분들이 계셔

싱싱한 묘가 탄탄한 어린 벼로 쑥쑥 자라
이삭이 패더니 영그더니 알곡을 채우니
결국은 베이고 쓰러지고 볏단으로 묶여
털리고 털리고 난 후 여물로 사용되는 삶

벼는 이렇게 인생 일 막으로 막을 내리고
소도 이와 비슷하게 인생 일 막을 사는데
끌려가야 하는 인생 일 막을 마치고 나면
사람은 인생 이 막을 열 수 있구나 그래도


(4+16+16×4×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