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뜨거워졌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학창 시절 이 시를 처음 접한 후, 저는 연탄을 볼 때마다 이 시가 떠오르곤 합니다. 안도현 시인의 감성과 표현에 감탄하기도 하고, 내 삶을 되돌아보며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뜨거운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반성하기도 합니다.
12월이 되어 날이 쌀쌀해지니 어느새 사람들은 카디건에서 코트로, 코트에서 패딩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손에 낀 장갑과, 목에 걸친 목도리는 우리의 몸을 좀 더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남자간호사회에서는 차가운 단칸방에서 쓸쓸히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분들을 돕기 위해서 연탄봉사에 참여합니다. 남자간호사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보자며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3년째가 되었습니다.
한 선생님의 차를 타고 서울을 지나 외곽으로 나오니 점점 높은 건물은 없어지고 휑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도착한 곳에 내리니 나뒹굴고 있는 연탄과, 연탄을 배달할 집이 보입니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주변의 이웃들을 되돌아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한 건 아닌지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의 일정과 계획을 듣고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연탄 1장의 무게는 3.75kg으로 신생아의 무게와 비슷합니다. 각자 보기와 다르게 무거운 연탄 2장씩 들고 이동하는데 어쩐지 다들 표정은 밝고 마음은 가벼운 것 같았습니다.
작업하는 중간에 믹스커피도 타다 주시고 고맙다며 말씀해 주시는 할머니 앞에서 눈이 오고, 쌀쌀한 날씨로 얼었던 몸이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며 점점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말대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안찼더니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진 이 순간을, 경험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제 삶에 마주할 수많은 연탄재 앞에서, 발로 차기보다는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슬픔을 나누며 기쁜 순간을 더욱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