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협 설립이 가시화된 이후 경찰 게시판이 녹아내리지 않은 게 이상할 만큼 늘 벌겋게 달구어져 있습니다. 척척 진행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추진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설왕설래하는 모습도 봅니다. 중경도 아기 걸음마 떼듯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으로요. 여하튼 이곳이 와글와글 시장통이나 잔칫집풍경 같아서 정겹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이 직장협의회를 통해 무엇을 얻게 될까요. 지구대에개인별 데스크와 PC가 한 대씩 놓일까요? 아님 두 다리 쭉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길까요. 뒷골 잡는 야간 근무에서해방될 수 있을까요. 더러운 욕설과 침 얻어먹는 일 따위가사라질까요. 죽음과 절교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긋지긋한실적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음..이런 주제는 꾸준한 협의 대상이 될 터이니 나아지리라 낙관해 봅니다.
얼마 전에 자신의 말실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기관장의모습을 보았습니다. 메이저 언론 권력의 사과와 정정 보도도끌어냈습니다. 직협의 내적 존재감이 드러났던 겁니다. 특별하지는 않습니다.이런 배경이 되어주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까요.나아가 더 큰 가능성에 주목해 봅니다. 지배 문화의 물골이다른 방향으로 날 수 있다는. 이루기 어려운 꿈은 생각조차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꿈이 꾸어진다면어떨까요.
그렇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좀 더 높은 곳을 보아도괜찮습니다. 직협 안에서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더 많은이상을 그릴 수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모멸감을 느끼면서도내색하지 못한 채 애태웠던 사연들, 이만하면 됐다며 하향평준화를 지향해왔던 나날. 경찰관만이 누릴 수 있는 저 높은가치마저도 도매금으로 넘겨야했던 안타까움. 네. 이제는추억으로 삼아도 됩니다. 저 익숙함들과 작별하면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