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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Jun 16. 2020

중앙경찰학교는 걸음마 중

익숙함과 작별




직협 설립이 가시화된 이후 경찰 게시판이 녹아내리지 않은 게 이상할 만큼 늘 벌겋게 달구어져 있습니다. 척척 진행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추진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설왕설래하는 모습도 봅니다. 중경도 아기 걸음마 떼듯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으로요. 여하튼 이곳이 와글와글 시장통이나 잔칫집 풍경 같아서 정겹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이 직장협의회를 통해 무엇을 얻게 될까요. 지구대에 개인별 데스크와 PC가 한 대씩 놓일까요? 아님 두 다리 쭉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길까요. 뒷골 잡는 야간 근무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더러운 욕설과 침 얻어먹는 일 따위가 사라질까요. 죽음과 절교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긋지긋한 실적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음.. 이런 주제꾸준한 협의 대상이 될 터이니 나아지리라 낙관해 봅니다.

얼마 전에 자신의 말실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기관장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메이저 언론 권력의 사과와 정정 보도도 끌어냈습니다. 직협의 내적 존재감이 드러났던 겁니다.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배경이 되어주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까요. 나아가 더 큰 가능성에 주목해 봅니다. 지배 문화의 물골이 다른 방향으로 날 수 있다는. 이루기 어려운 꿈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꿈이 꾸어진다면 어떨까요.

그렇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좀 더 높은 곳을 보아도 괜찮습니다. 직협 안에서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더 많은 이상을 그릴 수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내색하지 못한 채 애태웠던 사연들, 이만하면 됐다며 하향 평준화를 지향해왔던 나날. 경찰관만이 누릴 수 있는 저 높은 가치마저도 도매금으로 넘겨야했던 안타까움. 네. 이제는 추억으로 삼아도 됩니다. 저 익숙함들과 작별하면 되니까요.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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