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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언니 IL Mondo Sep 02. 2024

글을 쓸 수 있나요?

글쓰기엔 자신 있던 유년 시절의 나

글을 쓰고 그림 그리고 손으로 뭔가 만들어 내는 게 특기라 생각했던 나라는 인간이 어린 시절을 지나고는 이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능력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자신감으로 빛났던 형형색색 가득한 시간들이 흑백으로 바뀌게 되었다.

[실제로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는 글짓기 대회나 백일장, 사생대회 같은 타이틀 붙은 것들에서 곧잘 상을 타기도 했었다.]


“너 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노력 없이 퍽이나 잘 되겠다?”

“취미로만 해. 몰두하지 말고. 너 그 정도 아니야”

내 안에서 떠드는 소리와 그런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사기를 꺾어버리는 주변의 소리들, 그러고도 내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안 되는 게 얼마나 많은데

오늘 괜찮게 느껴진 글들이 내일 다시 보면 형편없이 느껴질 때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도 글을 쓸 수 있겠어?


내 손끝에서 피어나는 문장들은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그것들이 내 안에 깊이 자리한 생각과 감정을 세상에 드러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그림을 그릴 때의 고요함과 사진을 찍을 때의 설렘, 그리고 사각 거리는 필기감이 좋아 시작했던 글을 쓰며 느끼는 충만함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는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내 이야기를 전해줄 수는 없다.


개성 가득한 단어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써내려가는 글들이, 오늘 괜찮지만 내일은 별로인 것 같은 글들이 오히려 담백해서 읽기 편하다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 이야기는 오직 내가 쓸 수 있고, 나만 표현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불완전함 속에서 빛을 찾고 그걸로 위로 받는 당신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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