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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언니 IL Mondo Sep 04. 2024

글쓰기의 즐거움

단어로 감정 표현하기

글쓰기는 내게  단순히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감정들을 종이 위에 쏟아내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한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글을 쓰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의 흐름이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이 된다.

어느 날은 전하지 못한 메시지를 나만 볼 수 있는 글로 남겨두기도 한다.

다시 펼쳐 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글일지라도, 그 글들은 한때 내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글로 내 감정을 풀어낼 때, 복잡했던 마음이 차츰 정리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감정이 살아나 올바른 결심을 하게 될 때도 있다.


글쓰기의 즐거움은 감정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친구와 가벼운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가 그날 하루의 일기가 되기도 하고, 켜켜이 묵혀둔 감정이 그날의 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한때의 감정이나 경험이 글로 남아, 미래의 나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특별하다.

글을 쓰는 동안 느껴지는 자유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만들어내며, 그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의 세계를 경험하는데 이 과정은 감정에 솔직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나는 특히 타이핑보다는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가는 필기감을 좋아한다.

사각사각 종이와 펜이 만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종이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도 좋아한다.]

그 소리는 마치 내 감정이 종이에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주며, 나를 차분하게 만들고 글쓰기에 몰두하게 한다.


한동안 우울감과 불안장애로 힘든 시기를 겪었을 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감정들을 노트에 쏟아낸 적이 있다.

누구도 보지 않을 곳에 쓰지 못할 이야기라면,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인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한 감정도, 그리운 감정도, 고마운 감정도 솔직하게 적어나갔다.

화려한 어휘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뛰어난 미사여구도 필요 없었다. 어느 날은 덤덤하게 써 내려가기도 했고 어느 날은 격한 표현을 써 내려가기도 했다.

[그 노트는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이다]


그때 썼던 글을 다시 볼 용기는 없지만, 그 글들이 당시의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내고 내 마음을 정리해 주었음은 분명하다.

글이란 건 참 신기하다.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이 감정을 설명하기도 한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글쓰기도 마음먹기에 따라 술술 써 내려갈 수 있다.


결국,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이해하며, 타인과 연결되는 깊고 풍부한 즐거움이 담긴 활동이다.

종이 위에 떠오르는 감정을 적어나가며 스스로와 대화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모든 과정이 글쓰기의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내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아닌가 싶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느낀다.


글쓰기가 나에게 주는 진짜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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