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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언니 IL Mondo Sep 11. 2024

취미가 가져다준 변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과정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때로 우리를 짓누르고,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나 역시 그러한 무게 속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자신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사실 내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인생이 늘 똑같고 즐겁다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게 우울증이라는 것도 모르고.

친한 친구의 '이래서 행복하다. 저래서 행복하다.'의 감정이 가끔은 과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고작 이만한 일에도 행복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구나. 내가 심하게 부정적인 인간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 행복의 기준이 높은 사람이다]


어느 날 문득 갑자기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간의 내 삶을 돌아보니 무기력과 불안 속에 갇혀 있던 내가 보였다. 지루하고 늘 똑같은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를 다시 찾기 위해 시작된 여정에서 나는 여행, 운동, 그리고 사진 촬영이라는 아주 오래전 즐거움으로 해왔던 취미들을 떠올려봤다. 그 안에서 서핑이라는 새로운 취미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들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고요 속에서 나를 찾게 해 준 여행'

여행은 나에게 깊은 치유와 내적 성찰을 안겨주었다.

낯선 땅을 밟을 때마다 나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설레는 감정에 휩싸인다. 마음속에서 울리던 소음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었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고요를 느끼며 현재에 몰입하게 된다. 해질 무렵 골목길을 거닐며, 그동안의 불안과 무거운 감정들은 잠시 잊혔고, 내 안에 잠재된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낯선 도시에서의 작은 발견들은 내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고, 동시에 내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한 길 위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이 여행이 끝나면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분주한 삶을 살아가게 되더라도, 여행에서 느꼈던 벅차고 설레는 감정과 추억으로 버티는 거니까. 그렇게 또 다음의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가장 가깝고도 편안한 곳 [제주]


'순간을 담는 벅찬 즐거움'


어려서 집집마다 있던 자동 필름 카메라가 주는 기쁨을 당시엔 모르고 있다, 사춘기가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부끄러운 마음에 늘 이상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고 엄마가 찍어줄 때마다 억지로 찍다 보니 그 당시에 내 표정은 늘 독불장군 같았었다.

사춘기가 지나고 보니 그 시간, 그 순간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 건 사진뿐이었다.

[좀 더 예쁜 표정을 지을걸 후회해 봐야 소용없지만]


사진에 취미를 갖게 된 건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해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면서부터였다.

교복을 입고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통통한 우리의 모습이 모델 같지 않아도 뒤로 넘어가게 웃는 시간이 즐거워서 시작 됐을 것이다. 셔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감각도 찰칵 거리는 소리마저도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찍기 시작한 사진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취미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세상을 바라보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이 사진을 통해 특별한 장면으로 변모하는 순간, 깊은 기쁨을 느낀다.

꽃잎에 맺힌 이슬, 비 오는 날 창가에 떨어지는 빗방울, 붉게 물드는 노을,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한 얼굴은 카메라를 통해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순간들로 남게 된다.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짜릿함은 마치 나를 통해 순간순간 기적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다.

사진 촬영을 통해 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고, 그 안에서 남들은 못 본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무겁더라도 여행에는 꼭 카메라를 챙겨갔고, 메모리카드 가득 사진을 찍어 오기 시작했다.

[워낙 휴대폰 카메라가 잘 되어있다 하더라도 DSLR이 주는 감성은 따라올 수 없다 장담한다]

'몸과 마음의 재생'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인해 한동안 멀리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을 때,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운동을 쉬는 동안 불어난 체중을 감당하는 것도 어려웠다. 체중이 10kg이나 늘어나다 보니 사람이 한없이 게을러지고 매사에 자신감이라곤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축축 늘어지고 우울하고..

[끝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랄까]


살을 빼자. 그리고 예쁜 옷도 입고 좋은 곳도 가보자! 그러다 보면 다시 즐거운 인생이 찾아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내 몸이 조금씩 변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삶의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땀을 흘리고 근육의 긴장을 느낄 때마다, 내 안에 쌓여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하나씩 해소되는 것을 경험했다.

몸의 건강을 넘어 정신적 회복과 자신감 회복에도 큰 역할을 했다.


운동을 하다 보니 몸에 좋은 것들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식단과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고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주위에서 보기 좋다는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나는 무용담처럼 나의 경험을 그들에게 들려주게 됐다.


건강한 삶이란 게 별거 없구나. 이런 게 건강한 삶이고 행복이구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삶에 새로운 생기가 돌고 더 활력 있는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바디프로필을 예약했지만, 완벽하게 다이어트가 된 건 아니라 캐주얼한 프로필 사진으로 대체하게 됐다.



'바다와 하나 되는 경험'

우리나라에 서핑이라는 해양 액티비티가 유행하기 전이었다. 정말 우연히 유튜브에서 봤던 외국인이 옆구리에 서핑 보드를 끼고 바다로 들어가 화려한 퍼포먼스로 파도를 타고 나온 장면에 매료되어 인터넷에서 국내 서핑 할 수 있는 곳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강원도 양양의 몇 군데 없는 서핑샵을 검색해서 강습 예약을 잡고 바로 주말에 양양으로 떠났다.

[강습받는 곳과 내 모습은 영상에서 봤던 그 멋있는 감성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던 게 아니다 보니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고 서핑은 여름에만 하는 레포츠라고 생각해서 매년 여름 1회만 하다 보니 실력은 제자리였지만 바다에 서핑보드를 타고 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3년 전, 서핑 동호회에 들어가면서부터 서핑은 파도가 있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매 시즌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렇게 한 달에 4번을 양양으로 차를 몰고 갔다.


아직도 초보의 실력이지만 서핑을 통해 나는 자연과 하나 되는 감각을 배웠다.

사실 하나라기보다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앞에서 나는 한낱 점보다 작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되자 내 고민과 불안은 별거 아니란 생각에 걱정거리들은 이 파도에 쓸려 나가면 아무것도 아니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바다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그 파도에 몸을 맡길 때의 짜릿함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알려준다.

넘어진 후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나는 인내와 용기를 배웠고, 서핑은 내 삶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이 경험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 삶의 재미가 되었다.


이 네 가지 취미를 통해 나는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찾고 있다. 여행은 내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사진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 주었으며, 운동은 내면의 힘과 자신감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서핑은 자연 속에서 조화를 가르쳐주었다.

이 모든 경험들이 나를 더 강하게, 더 평온하게, 그리고 감사하는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나는 이 취미들이 내게 가져다준 변화에 감사와 깊은 행복을 느낀다.

그것들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나를 치유하는 수단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여정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새로운 도전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내 안에 존재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험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취미 속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의미이자,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힘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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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pauline_ji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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