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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언니 IL Mondo Sep 25. 2024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일단 나를 쉬게 하면 또 일할 수 있으니까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생각보다 많은 위안을 준다. 

현대인의 삶은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내게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것은 책을 읽는다거나 웹툰을 보거나 아이패드에 아무렇게나 그리는 낙서, 그리고 OTT 콘텐츠를 감상하는 시간이다. 

이런 것들은 사실 무언가 대단한 결과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편안하게 내버려 두는 활동이다.


독서는 내가 해온 가장 오래된 힐링이다. 책꽂이에서 그날그날 이거다 싶은 책을 집어 첫 장을 펼칠 때, 주변의 소음은 잠시 잦아들면서 순식간에 작가들의 글에 압도된다. 

책 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고, 다른 시공간을 여행한다. 때로는 짧은 소설을 통해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하고,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책을 써 내려가는 작가들의 단어 선택들에도 감탄하게 된다. 이런 표현들 참 좋다, 다음에 나도 써먹어봐야지. 하면서 머릿속에 저장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정보를 얻는 것 이상이다. 생각을 확장시키고, 내 감정을 돌아보고 책 속의 화자의 감정에 깊이 이입되어 인생을 좀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시간인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행동 중 하나는 어떤 책이 내 손에 닿을지 모른 채 이것저것 제목과 작가를 확인하며 책꽂이를 탐색할 때다. 

이미 알고 있는 작가의 책을 집을 수도 있고, 전혀 모르던 새로운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완독 했던 책을 다시 읽는 날도 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동일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것 또한 재미다.


책 읽는 게 지루해지면 아이패드를 꺼내 들고 이런저런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라기보다는 거의 낙서에 가깝지만. 낙서는 아무 계획도 없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손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다. 진짜 말 그대로 어떤 의미도 뜻도 없는 낙서를 위한 시간이다.


어린 시절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회사에서 작게 사내동호회 미술친구들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그 정도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한참 손을 놓으니 이제는 뭘 그려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어서 목적 있는 그림보다는 낙서가 더 좋다.

그림을 그릴 때 누군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내가 하는 낙서는 그저 나만의 무의미하지만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 준다. 


빈 종이 위에 연필을 들고 선을 그을 때나 아이패드 위에 부드럽게 그려지는 알 수 없는 도형들이 내 마음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차분하게 만든다. 

그리다 보면 아 이게 아닌데, 잘 좀 그려볼까? 하지만 이내 곧 생각도 의미도 없는 낙서로 다시 돌아간다.

선을 긋고, 손이 가는 대로 그리다 보면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내 마음이 비워지는 경험을 한다. 

[일명 멍 때리기다]


이것 또한 지루해지면 아이패드의 그리기 앱을 종료하고 다양한 OTT플랫폼을 뒤진다.

피로가 가득한 날,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할 때 그저 침대에 누워 OTT 플랫폼을 뒤적거리는 시간은 내 모든 근심 걱정을 사라지게 만든다. 수없이 많은 재미들이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손끝 하나로 나에게 다가오고, 나는 그중 오늘의 기분에 맞는 콘텐츠를 고른다. 

봤던 영화를 또 보기도 하고 내 주관이 잔뜩 들어간 나만의 인생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한다.

[그렇게 드라마 3가지는 10번도 넘게 더 돌려 본 듯하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가벼운 코미디를 선택해 웃어보고 슬픈 영화를 골라 꺼이꺼이 울어도 본다.


이것들은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성취를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상을 충전하고 쉬게 만드는 요소다. 

물론 생산적인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더 가치 있지 않겠나,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생산적인 활동을 멈추고 하루만큼은 온전히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는 게 앞으로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위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진짜 인생의 균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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