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일이다.
나와 같은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모아 교육봉사활동 동아리를 운영한지 3년이 되어간다.
우리 동아리는 지역 청소년 센터에 매주 두 번씩 방문해 교대로 학습 멘토링을 한다.
교육봉사활동을 시작한 첫 두 해는 멘토링에 오는 중학생 멘티들이 열 명이 채 안 되었는데
올해부터는 멘티들이 거의 스무명 넘게 오기 시작했다.
바짝 긴장한 동아리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우리가 얼마나 봉사활동을 잘 해왔으면 멘티들이 이렇게 많이 오겠냐."
농담을 던졌지만, 그 말이 오히려 동아리원들에게 부담이 된 것인지 올해 동아리원들은 멘토링을 실제 교사가 된 것처럼 열정적으로 준비한다.
그러던 와중에 그 일이 터졌다.
나와 같은 국어교사를 꿈꾸는 학생이 멘토링을 담당할 차례였다.
정말 열심히 국어 수업 멘토링을 준비해 갔더니 멘티들이 말을 잘 듣지 않고, 준비한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지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어린 중학교 남학생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바로 자리를 이탈하거나 딴 짓을 하니 멘토링 활동이 소란스러워졌다.
어찌저찌 멘토링을 마무리하고 집에 데려다주는데,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인지, 자신이 기대했던 수업과는 다른 현실을 목격한 괴리감 때문인지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평소에 절대 울 것 같지 않은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는데...적잖이 당황했던 나는 누구나 첫 수업은 망한다, 나도 교생실습 나갔을 때 첫 수업을 완전 망쳐버려서 한동안 그 반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는 등의 형식적인(?) 위로를 해 주고 집에 돌려보냈다. (위로가 되었을까...?)
그 일이 있고난 뒤로 시간이 얼마정도 흘렀을까, 동아리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문득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끄러움과 함께.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함께 동아리를 하면서 교사로서의 힘듦과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던 적이 없었다. 또한 교사로서의 보람과 뿌듯함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도 없었다. 나는 동아리를 통해 참된 교사가 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교사라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대, 사범대 진학만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해마다 희망 진로가 명확한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학생들의 개인별 교육과정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전교생들의 진로희망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탐색중'이다. 학창시절에 꼭 희망진로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꿈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은 없으리라 믿는다. 꿈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니까. 어떤 진로를 희망하는지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일부일 뿐, 꿈의 전부는 아니니까.
교사는 꿈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꿈을 그려나가는 것은 어렵다. 어쩌면 교사인 나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명확한 희망 진로, 희망 대학, 희망 학과를 따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는 사이 익숙함에 속아 중요한 것을 잠시 잊고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참교사는 단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직 생활이 힘든 요즘, 교사를 꿈꾼다는 것은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가. 적어도 미래의 가능성을 신뢰해야 하는 교사라면, 학생의 용기있는 도전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