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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Dec 19. 2020

스타트업의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

실행과 멈춤에 대한 짧은 의사결정 거리감

 우리가 데이터를 분석할 때 자주 듣게 되는 말 중에 "Garbage In, Garbage Out" 이라는 말이 있다. 가설에 적합하지 않은 데이터나 전처리가 정확히 되어있지 않은 부정확한 데이터를 넣어서 분석해봐야 결과 역시 아무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짧은 문장으로 임팩트있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나온 업계의 "한"이 모인 워딩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조직은 결과로써 나오는 Output Data가 아니라 Input Data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며, 해당 Input Data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정교화해나가는 것에 공을 들인다. Output Data는 오직 실행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Output Data가 분석 목적을 시계열적으로 나열하여 다시 분석하는 데는 다시 Input Data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조직이 "찐 데이터 드리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의사결정과정에 대입해보자. 


 Input Data는 "실무자 또는 실무그룹의 역량이 집결된 기획(안), 실행(안), 결과보고서 등", 알고리즘은 "의사결정구조", Output Data는 "실행승인 또는 수정 또는 실행미승인" 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정교하게 설계되고 리스크를 최대한 헷지한 수준 높은 기획은 중요하다. 이것은 직관적으로 들었을 때 너무나 진리와도 같이 들리는 상식적인 얘기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수준 높은 내용을 준비할 역량은 우리 조직에 있습니까?


  수준 높은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결국 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인력이 존재하는지, 그들의 업무를 지원할 지원조직이 존재하는지,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절대시간이 주어졌는지,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가용 예산은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 아직 실행권한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수준 높은 의사결정을 할 역량이 우리 조직에 있습니까?

 

 이제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을 "승인" 받기 위해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조직에서 보직자를 임명한다는 것은 "실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직관적으로 들었을 때 너무나도 진리와도 같이 들리는 상식적인 얘기다. (물론 현실에서는 Case by Case... 실무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일단 논외로 하자)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리지면서 기존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판단이 안되는 복잡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직자들도 그렇게 쉽게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단계마다 이 분들을 도장깨기 해가는 게 실제로는 너무나도 힘들고, 승인받은 이후에도 실행보다 결과보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많은 조직에서 겪는 아이러니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이 나온다.


당신의 조직은 실패를 인정하고 자산화하고 있습니까?


  당연히 모든 것을 시작할 때는 장밋빛 미래와 성공을 그리면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누가 봐도 조직에서는 "똥" 이라고 얘기되는 것들을 "제가 맡아서 향기나게 바꿔보겠습니다!!" 라고 외치는 또라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하다가 실패하면 조직 내부에서 자신의 커리어만 엉망이 되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의 진짜 모습이다. 


조직의 실행력의 Metric 은 사실 본질적으로 아래와 같이 상식적으로는 너무나 단순하지만 규모가 커지고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것을 지키는 것은 어려워진다. 

[의사결정거리감] X [실행인력 Pool] X [실행인력 Pool이 일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 X [지원인력 Pool] X [지원인력 Pool이 일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 X [실행예산] X [실패를 용인하고 그것을 반면교사 삼을수 있는 조직 문화]

 해당 Metric을 기준으로 봤을 때 나머지는 사실 무조건 먼저 출발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회사가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창업 멤버밖에 없는 스타트업보다 시드 투자는 받은 곳이, 그곳보다 시리즈A 이후의 투자는 받은 곳이, 그곳보다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낸 곳이, 그곳보다 중견기업이, 그곳보다 대기업이 당연히 실행인력, 지원인력 Pool과 실행예산에서는 더 작은 조직보다 월등하게 "절대적인 비교"로는 우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 물론 이미 모든 것이 준비가 되어있는 탄탄한 금수저 또는 투자자본의 메이드 되어있는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아웃라이어로 생각하자. 그거 부러워하면 세상 억울해서 살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의사결정거리감이 더해지는 순간 계산 공식의 결과가 달라진다. 일할 수 있는 Pool은 많은데, 1)의사결정을 통과하기 위해서, 2)이를 위해 관료화된 불합리한 업무 프로세스 등으로 인해서 해당 Pool들이 실제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은 변수로서 작동한다. 도대체가 실제 해당 기획을 "실행"하고 변수들을 대응하며 일해야 하는 시간은 없고 오직 보직자들을 위한 보고서를 대응하기에도 급급해진다. 


 거기에 실패를 용인하고 그것을 반면교사 삼지 않는 조직문화는 실패하면 낙오한다라는 명확한 메세지를 실무자들의 머릿 속에 심어주기 때문에 역동적으로 기획해서 추진하는 동력 자체가 생겨나질 않는다. 그럼 어느 순간부터 Top-Down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조직이 되고, 혹시라도 조직 내에서 메인스트림이 아닌 시도에 대해서는 좋은 인력이 구성되지도 않고, 지원인력들도 굳이 도움을 주지 않으며, 예산은 더더욱 배정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기존에 잘못되어있는 일을 개선하려고 해도 AS-IS ▶ TO-BE를 얘기할 때 AS-IS의 부조리한 점을 얘기하는 것이 실패가 용인되어 있지 않은 문화에서는 나의 동료를 의도와 관계없이 공격하는 것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때는 맞았던 의사결정도 지금은 "왜 그렇게 밖에 못했어?" 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인 수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렇게  Input이 안되는 구조가 되었는데, Output이 어떻게 좋을 수 있을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악순환적인 구조는 "의사결정거리감" 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직 문화 진단을 하겠다고 굉장히 많은 돈과 어려운 설문조사들을 만들어서 노력하는 회사들을 보면 그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렇지만 스스로 한번 질문해봤으면 좋겠다는 지점이 있다. 


"있어보여빌리티" 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조직이 실행력이 강한 조직인지 물어보는 질문을 단 3개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이것만 가지고서도 그 조직의 현재의 척도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1.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회사의 의사결정프로세스와 연계하여 가지는 "부담감"은 10점 척도로 어느 정도입니까?

Q2. 승인받은 일을 실행함에 있어 지원조직과 예산지원의 "적시성"은 10점 척도에서 어느 정도입니까?

Q3. 승인받은 일을 진행함에 있어 핵심과 벗어난 보고를 위한 보고에 대한 "부담감"은 10점 척도로 어느 정도입니까?


 물론 모든 기업은 전결권이라는게 존재한다. 하지만 신사업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의사결정에서 일부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은 명확한 업무 규정이 존재하기 어렵고, 오히려 기존 규정과 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큰 기업일수록 모든 의사결정은 "위로... 또 위로...." 를 향하게 되는 것이 현실세계의 기본 작동 원리다. 


 아래와 같은 류의 성공사례가 회자되는 것을 통해서 "거봐. 하면 되잖아. 너의 노력이 부족한거야" 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싶으실지 모르겠지만, 성공사례가 아니라 실패사례가 회자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실패한 사례는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질 뿐이고, 여전히 이 사회는 실패에 대해서 관대해질 준비도... 그 실패에 대한 사회안전망 역시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치열하게 인식해야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안정화된 조직에서 위로 올라가실수록, 조직이 계속 커질수록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의사결정거리감"에 대한 관리이고, 이것이 유일하게 나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모든 변수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스타트업만의 대체 불가능한 강점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의사결정거리감은 어떻게 되어있는가? 저렇게 명확하게 작동만 해도 감사하지 않을까?

 여기서 이 글의 결론을 잘못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에 마지막 질문을 남겨본다.


의사결정거리감은 스타트업만 짧을 수 있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큰 기업도 "의사결정속도 및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관료화된 프로세스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으니 참 다양한 시도를 한다. 고전적인 개념의 매트릭스 조직부터, TFT, CFT, SCRUM, PO&Cell, 크로스오버, 사내벤처, 사내스타트업... 하지만 이것이 정말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인지,  "형식적"인 시도를 "위에 보고하기 위해서" 인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질문한다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구성된 그들이 정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어 있는가? 스타트업 역시 투자를 받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처럼 과연 그곳에 참여해야 하는 구성원들이 느끼는 "의사결정거리감"을 얼마나 해결해주었는가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답할 수 있는지 질문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해당 기업이 규모에 관계없이 조금씩이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누적시키면서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 가까운 스타트업일수록 의도와 관계없이 의사결정거리감이 짧을 수밖에 없다. 뭐가 있어야 거리가 생기지 않겠는가? 이들의 기업가정신과 도전을 응원하면서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이 꼭 불리한 구조에 있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없을 無" 에서 출발하는 만큼 단계적으로 성장함에 있어 명확한 관리체계는 만들어가되 아무 의미 없는 의사결정거리감을 만들지 않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심지어 구성원들 일부에게 배신을 당해도 감정적인 분노를 자신들의 비교우위의 강점을 망각하여 불합리한 이성적 구조로 풀어내는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책임져야하는 지점들이 많아 안정적인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한 명의 "미생"인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토요일 아침에 101번째 브런치 글을 써본다.


 마지막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토스의 조직문화에 대한 평가는 모두가 다를 것이고, 업종마다의 특성과 차이에 따라서 다르기에 그건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판단하시길 바라지만, 인터뷰의 이 지점만은 업종, 기업의 스테이지에 관계없이 본질을 관통하는 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지점이기에 조직에서 권한을 가진, 앞으로 가지실 분들에게 꼭 공유하고 싶어서 공유하면서 글을 마친다.

Q. 직원들이 일을 안 하는 건 알고 보면 회사 탓인가
A. 경영진은 회사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힘과 권능이 있는 위치 아닌가.

Q. 배신당한 적은 없나? 정보를 공유했는데, 타사로 유출한다든지.
A. 있다. 상처도 되고 회의도 든다. 그래도 '아니야, 일부 때문에 잘 지키고 있는 수백 명의 신뢰를 저버리는 건 말이 안돼"라고 마음을 잡는다. 그런 사람은 조직에서 튕겨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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