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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삼월 Mar 28. 2022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역시나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중 눈길을 끌었던 건 시상자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배우 윤여정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윌 스미스다.

윤여정은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를 수화로 수상자 호명을 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해주었고, 윌 스미스는 무대에 뛰어올라 시상자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려 보는 이들을 당혹하게 했다. 병으로 탈모 앓는 아내의 민머리를 소재로 농담하자 분노한 까닭이다. 어찌 됐던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시상식은 마무리됐다.


아무튼 나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잔잔했다. 극 중 서로 다른 언어로 연극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은 신선했지만 특유의 느린 전개로 다소 지루하기도 했다. 자기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는 중년 남성의 성장 스토리라는 소재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했다.


참으로 개운한 맛 없는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조연 다카츠키 때문이다.


다카츠키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주인공 가호쿠의 아내와 불륜 사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가호쿠를 쫓아다니며 훼방꾼 노릇을 하니 말이다. 와중에 변명은 또 어찌나 잘하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좀 빨리 꺼졌으면'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다카츠키는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도 주인공 가호쿠처럼 직시하라는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불편하지만 바라봐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카츠키는 남을 이해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진실되게 바라봐야 한다는 말을 늘어지게 설명하곤 사라진다. 할 일을 모두 마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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