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21.12.21 입사
22.12.21 퇴사 (예정)
나는 과연 스펙쌓기를 끝내고 도약할 수 있을까.
마지막 글을 게재한지 1년도 더 지났다. 진짜 언시를 포기했냐고?
답은 아니다.
2020년에 쌓았던 방송 출연, 공모전 수상은 나의 스펙이 되었고, 매몰차게 돌아서지 못한 나는 다시 또 다시 방송국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2021년 한 방송국의 면접을 끝으로 '정말 아니구나'를 다시 또 느끼고 사람인을 켰다.
첫날, 구인 포털에 'PD'를 검색하고 최신순과 연봉순으로 정렬했다. 그리고 맨 위부터 차례대로 이력서를 넣었다. 생전 처음으로 회사에 맞춰 쓰지 않은 자소서 하나를 가지고 소위 '텍갈이'를 하며 열군데를 지원했다. 이렇게 써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고 피곤해졌다.
두쨋날, 어제 보다 마음은 편해졌다. 사기업 취업 준비를 했던 동생에게 물어보며 약간의 팁도 얻었다. 첫 한두문장만 그 회사에 지원한 것 처럼 꾸미면 돼. 그리고 나름의 꿀팁도 생겼다. '어쨋든 한장에 다 담자.' 그렇게 간결해진 자소서를 또 10장 넣었다.
세쨋날, 훨씬 단축된 시간 동안 자소서를 여덟군덴가 열군데 넣었다. 어디에 지원했는지, 내가 알던 회산지 같은건 중요하지 않았다. 연락이 올 것 같은, 연봉이 너무 적지 않은 곳을 골랐다. 첫날의 깐깐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렇게 해서 되나?' 싶은 생각으로 노트북을 덮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너무 거짓말 같았다.
면접을 보잔다. 이력서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실무 경험없이, 우야무야 수상한 공모전 경력이 다였는데. 나는 직무가 PD 가 맞는지 확인하면서 일정을 조율했다. 일찍 일어나기는 힘드니, 최대한 오후 시간으로. 가장 먼저 연락이 온 회사가 연봉이 가장 높은 회사였다. 그래서 정말로 면접을 봤고, 이게 이렇게 쉽게 될 일인가 싶게 그 날 집에 돌아 오는 길에 연락을 받았다. 메세지를 늦게 확인한 바람에 다음날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만, 사실상 합격인건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유튜브PD가 됐다.
아는게 하나 없던, 꽤 큰 유튜브 회사에. 회사가 아니라 사관학교에 가까운 유튜브 공장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갈고 닦은 것들을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데 쓰기 위하여. 더 좋은 연출가가 되기 위하여. 입사 267일차인 지금,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