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속하는 것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그냥 멍 때리고 계속 미루고
손이 가질 않는다.
충분히 급해야 하는데
계속 느리게 멈춰있는 느낌이다.
아니면 조금씩 걷거나
여전히 집중은 못하고
항상 몰입을 유지하면서
열정적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까지
맥이 풀리는 적도 없던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닌데
예상했던 것 그대로고
나름 즐거움을 주는 것도 찾았는데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확신도 생겼는데
그런데 눈이 자꾸만 바깥을 향하고
모니터에서 벗어난다.
솔직해지자면
한계는 이미 오래전에 왔다.
관성으로 버티고 있었을 뿐이지.
근데 동기마저 사라졌다면
'나는 왜 여기에 있나...'
싶다가도 다시 앉는다.
누워있다가도 조금이라도 앉는다.
지금 이렇게 재미가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막막해도
하다 보면 뭐라도 할 테니깐
그렇게 그냥
온전하게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나를 받아들이고
슬럼프라고 되뇌면서도
계속한다.
아직은 버틸만하니깐
있는 것이고
나는 내가 굉장히 많이 발전했음을
알고 있다.
그거면 된 거야.
시간은 흐른다.
지나갈 일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