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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Dec 18. 2021

1년을 보낸 나에게

고생했어.

막판에 과제와 보고서로 며칠간 잠도 못 자가며 하다가

근 이틀 잠만 자고, 휴대폰으로 웹툰만 보다가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아직 12일이 남았지만,

수고했다.

진짜


이 미친듯한 2021년도 이렇게 가는구나.

끝이 나는구나. 


빠른 것 같으면서도 느리던 그 시간들이 지나갔어.

타샤야, 고생했어.


더 할 수 있는 데 못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하던 시간도,

스스로 조절되지 않아 비난하던 시간도,

날카로운 말들에 상처 받아 웅크려있던 시간도,

그럼에도 버텨내던 시간도,

욕심내고 싶은데 부러워만 하던 시간도,

다른 곳이면 더 나았을 텐데 좌절하던 시간도,


그 속에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해보려고

몸을 일으켰던 

울다가도 추슬렀던

그 시간들을

내가 기억해.

나는 기억한다.


대부분이 이렇게 말을 했지.

"와, 그래도 너니깐 버텼다. 대단해."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와도 버틸 수 있겠네."

"네가 많이 얻어갈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야.


내가 버틴 게 나여서 면 나한텐 그래도 된다는 건가?

그런 사람들을 꼭 만나야만 하니?

그게 아니어도 난 얻어갔어.

넌 한 번 나쁜 경험이었던 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니?


힘들어도 버티던 나의 근성과 인내심을

그리고 깊었던 속앓이들을

그렇게 말 몇 마디들로 넘기려고 했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난 그 웃기는 말들에

큰 상처를 받았더라.


나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는 우월감과 안도감.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건네는 얕은 위로. 

그럼에도 해내는 것 같은 내 모습에 대한 질투.


그게 부러웠다면, 그런 말을 말았어야지.

내가 한 노력들을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들로 치부하네.

같은 상황이 오면, 그렇게 하지도 않았을 거면서.


한 없이 가벼운 말들인데

나한텐 무겁게 박혀서

버티는 스스로가 싫어지게 했으면,

참...


힘든 시간 들이었던 거지.


그러니깐

잘했어.

수고했고.

고생했어.


알고 있잖아.

이젠 적어도 네가 향하는 길의 방향을 보고 있잖아.


내가 알아.

그럼 된 거야. 


그러니깐 지금은 쉬고

또 천천히 해보자.


니 리듬이

네가 그냥 제일 중요해.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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