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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Jun 21. 2022

곧 끝

그리고 다시 고민 시작

미친 대학원 생활 곧 끝이다.

진짜.

드디어.


이제 와서 진로를 다시 고민하는 내가 웃기다 못해,

이럴 거면 지금까지 왜 버텼나 싶으면서도 

그 시간들이 지나서 할 수 있는 고민 같기도 하다.


일단, 

내가 계속 갖고 있던 고민인 "인내심이 없다."는 성립이 안된다.

너무 인내심이 강했다.

그래서 나를 지키지 못했다. 그게 가장 우선이었어야 했는데. 


둘째, 

능력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다 못해 그냥,

어차피 혼자 다 할 거 대체 못할 게 뭔가 싶다.


셋째,  

한 사람 때문에 이 분야를 포기하긴 싫었는데 나도 그 사람처럼 되는 것은 두렵더라.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 어디에나 적용돼도 

이 분야에 몰려있는 것은 참 답도 없다.


넷째, 

나한텐 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이 꼬인다.

사실 가장 큰 고민인데,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인데 자꾸 초심자한테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왜 내게 유독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올까를 고민해보니

사람이 풍기는 인상은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합당한 설명이었다. 


아마도 나의 단호하며, 제 나이보다 오래 산 듯한 느낌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가면 괜찮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서 

조금 더 빨리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으로 유추된다.

이게 상당히 난감하다.


정말로 감당하기가 어렵다.

숙련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나 같은 초보는 답이 없다. 

오죽하면 주위에서 정말 지독하게 운이 없다고 표현할까.

유독 나한테. 


다섯째,

가치관이 부딪칠지도 모르는 것을 걱정해 왔는데 

그 시험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문제의 소지가 보이는데도, 지지하고 세워줘야 한다니.

아니, 애초에 상대에 대한 판단이 들어가는 게 문제다. 


여섯째,

다른 거 다 떠나서 지긋지긋하다. 

아주 지겨워.

편애받으면서도 부족하다고 징징대는 동료나, 

사수 없이 커서 후배들에겐 안 그러려고 했더니, 

"언니 말대로 했다"는 소리만 하고, 지 몫도 제대로 못하면서 

정확하게 자신의 실력도 파악하지 못하는 후배들이나,

그만두면 경쟁자 줄었다고 좋아하는 선배들이나,

돈도 제대로 안 주고 남을 돕는 일이라고 열정 페이 강요하는 관계자들이나,

그거 다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공부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교수들이나.


솔직히 이 분야 재능이 있는 편이라

고민이 되는데

위 여섯 가지가 돌고 돈다. 


매 순간이 선택이라지만 

정말 꾸준히

지치지도 않고 고민한다. 


그만 좀 치열하게 살고 싶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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