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아는 날이 오긴 할까.
D-28.
졸업이 코 앞이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라고 마음먹은 근 3주 동안
최대한 공부와 멀어졌다.
급한 일이 없고,
노력의 결과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에서 오는
공허함과 분노 그리고 무력함은
아스트로 덕질을 시작하면서 즐겁게 메꿔졌다.
나를 갉아먹는 분노, 불안, 공포, 좌절에서 좀 멀어져서
생각해보아도,
여전히 지난 2년 동안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그 사람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가르치지 않으면서
남에게 가르침도 못 받게 하지?
그것은 대체 무슨 심보인가?
질문을 하면 질문하지 말라고 하면서, 질문을 안 하면 눈치를 주고.
요구 기준은 누구와 비교해도 기가 차도록 높다.
수정도 한 번에 완벽해야 하고.
그럴 줄 알면 내가 석사겠냐.
포닥이지.
누군가는 <Whiplash> 아니냐는데.
글쎄. 진절머리가 나는데 무슨
그냥.
버티니깐 어디까지 하는지 보자고
때리는 거였겠지.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싫으면 내버려 두던가.
그 시간에 다른 교수님들에게 배웠거나,
눈치 보지 않고 협업을 할 수 있었으면
퍼블리싱도 더 많이 하고, 내 정신 건강도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이미 지나갔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이 너무나 생생해서
분노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다.
더불어,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쓸데없이
교수가 돼서 석사 나부랭이의 발목을 잡는단 말인가?
'지가 갖기는 싫으면서 남 주긴 아깝다'는 사람이 내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나라면,
그럴 시간에 내 연구나 할 텐데.
지금은 제자여도 동료가 될 텐데.
정말 시간 낭비가 아닌가.
이쯤 되면, 그 사람의 서사는 궁금하지가 않다.
나한테 무엇을 느꼈든, 누구를 보고 있든,
그것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그렇게까지 가까이 알고 싶지도 않다.
세상은 넓고 인간은 다양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행동의 동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괴롭혀서 얻는 게 뭐였을까?
순간의 화풀이로 인한 만족?
다른 학생들에게 관찰학습시키기?
감정 쓰레기통?
능력 있으나, 점점 더 박사에 관심이 없어지는 제자?
소통이 안 된다고 화내면서도 피드백을 주지 않아서 더 이상 묻지도 않는 학생?
다른 교수님의 호의적인 가르침에는 날이 선 반응을 보여 학생 고립시키기?
결과적으로 학생의 잠수?
이 분야에서도 벗어날까 고민 중인데?
아, 그게 목적인가?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래서 더 알 수가 없다.
본인이 나에게 하는 행동을 못 알아차렸다면,
이 분야에 있을 자격이 없고,
내 탓으로만 돌려도 자격이 없고.
어떤 이유를 고려해도
나의 의문은
싫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않나?
왜 굳이 에너지를 쏟을까?
상투적으로,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다.
쉬이 넘어갈 일을 왜 끊임없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왜 최소한의 사회적 예의도 내겐 보이지 않는 건지.
선별적으로 누군가를 대하는 것 자체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 아닌가?
참 모르겠다.
내게는 그게 더 노력을 요하는 일이고,
개인적으로 싫으면 깔끔하게 무시하는 편이라서 그런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아마 계속 모르지 않을까.
만나서 너무 더러웠고,
앞으로 연락할 일이 없으면
참으로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