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디브라운 Aug 31. 2020

두 번째 기능시험도 실격


지난번 기능 시험은 실수로, 정말 실수로 떨어진 거니까(스스로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두 번째 시험에서 당연히 붙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초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기능 시험을 보고 바로 도로 주행 일정을 어떻게 짜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고민이 무색하게 또 떨어졌다. 네?


두 번째 기능 시험 시간은 평일 오후라 지난번에 비해 사람이 훨씬 적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금방 내 차례가 돌아왔다.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찾아온 내 순서에 지난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리고 안정을 찾지 못하고 시험 시작. 뭐에 홀렸는지 전조등 불 넣다가 하향 등 조작 실수로 출발 전부터 5점 마이너스. 출발 전 브레이크도 안 풀고 나가려다가, 계기판에 빨간 불 들어온 거 보고 깜짝 놀라 풀고, 우측 깜빡이 켜고 나가다가 놀라서 좌측으로 옮겨 켜고. 한 마디로 생쇼를 하고 나서야 허둥지둥 출발선을 넘었다. 

그리고 바로 T자 주차 위치에 차분하게 진입을 시도했는데... 

바로 실격.  

1분도 안돼서 떨어졌다. 주차선 두 번 밟고 실격. 이번엔 도로에 나가보지도 못했다. 

시험 재접수를 하러 갔다. 접수를 받아주시는 안내 직원 분께서 조심스럽게 "벌써 두 번이나 떨어진 거면, 연습이 조금 더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어요."하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으니 나의 선택에 맡긴다고. '아니에요. 이번에도 진짜 실수로 떨어진 거예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는데 간신히 삼켰다. 그러게, 두 번이면 실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셔틀버스를 기다리지 못하고 걷기 시작했다. 학원을 벗어나니 마음이 울컥거렸다. 점점 눈물이 차오르다가 엉엉 울면서 집에 왔다. 어이없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길거리에서 눈물이 막 나왔다. 원래 못 말리는 수도꼭지지만 이런 식으로 짜증이 나서 우는 건 정말 웃기다고 생각하면서도, 엉엉 울었다. 바본가. 


_


필기시험이 끝난 뒤로 사실 매일매일 아빠랑 운전 연습을 했더랬다. 퇴근한 아빠를 데리고 나가 평일엔 지하 주차장에서 살살 왔다 갔다 하거나 커브를 도는 연습을, 주말엔 근처 비어 있는 도로에 가서 가속을 내는 연습을 했다. 뭔가 나름대로 엄청 노력한 거 같은데 두 번이나 맥없이 떨어지고 나니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이라고 붙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 같은 느낌. 이게 뭐라고 이렇게 좌절감이 드는지. 


그동안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 너무 적었었기 때문일까. 

실패에 대한 좌절감이 사무쳤다. 마음속에서는 분명 '뭐 이렇게 까지 마음이 어려울 일이야'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성적으로 수습은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자신이 없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내가 뭘 알고 차를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 운전 감각이라는 게 없는 사람 아닐까, 혼자 이런저런 생각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좌절했던 건 남들은 다 한 번에 붙었다던데, 같은 스스로 비교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또 돈. 시험 한 번에 49,500원씩. 



아빠와 하는 야밤의 운전 연습도 관두기로 했다. 소용없으니까. 접수대 직원 분의 조언을 받아 2시간 더 교육을 받고 나서 다시 시험을 보기로 했다. 교육은 두 시간에 12만 원이 넘었다. 벌써 운전면허 비용이 100만 원이 넘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여기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시험 결과를 궁금해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능 시험 탈락 소식을 전했더니 속속 위로가 도착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기능시험 실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