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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일어나라!

9. 레스토랑에서

by 한평화

얼마 전, 소설반 복희의 친구인 재국이가 손녀딸을 잃어버려서 복희가 찾아준 적이 있었다. 오늘은 손녀딸 리라의 어머니가 감사의 표시로 복희에게 식사 대접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라 엄마예요. 그때 너무 감사했습니다.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아니 뭘, 나중에 찾을 수도 있었어요.”

“한식집으로 모셔야 되는데 리라가 여기가 좋다고 우기는 바람에, 미안해요.”

“아니, 별 말을. 리라가 좋으면 나도 다 좋지요. 고기는 부드럽고 야채는 신선하고 맛이 좋네요.”

식사 후, 리라는 재국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을 구경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눈치 빠른 리라는 지금 엄마하고 할머니 하고 친해져야 한다며 할아버지에게 속삭였다.

“아버지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모두 할머니 덕분이요.” 리라 엄마가 말했다.

“반가운 소리네요. 어떻게 바꾸어졌는데요?”

“주식할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화도 잘 냈는데, 지금은 주식을 안 하니까 모든 일이 옛날처럼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어요.”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주식하다가 리라 데려오는 시간도 놓쳤어요. 그래서 주식을 끊으라며 화도 냈지요.”

“고마워요. 주식 끊는 게 아버지한테 제일 큰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딸과 리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저, 사실 이혼했어요. 아시지요? 이혼하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아버지 하고 리라 덕분에 견뎠어요.”

“완전한 가정이란 없어요. 살면서 서로 포용하고 맞추어가는 거지요. 외람되지만 사유를 물어도 될까요?”

“저는 남편하고 모든 것이 반대였어요. 서로 반대인 것은 좋으나 그것으로 나를 공격하고 때렸어요.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으니까요. 잘못도 없는데, 맞고는 살 수 없었어요.”

“그렇지요. 맞고는 같이 살 수 없는 거예요. 아버지는 모르시죠?”

“몰라요. 알면 사위를 죽이려 했을 거예요.”

“나도 지금 걱정거리가 하나 생겨서 사는 게 죽을 맛이라오.”

“무슨 일이라도?”

“남매, 아들과 딸이 있는데 지금 싸우는 중이라오.”

“?”

“유산싸움이라고. 별 가진 것도 없는데 골치가 지근지근...”

복희는 머리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저는 그런 일을 잘 모르는데요. 아버지가 세무사 경험으로 재산문제에 관한 해법을 말하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버지한테 배당되는 세금 징수 목표액을 다 채우면서 말이죠. 재직 시에 상도 많이 받았지요.”

“유능하신 아버지셨군요.”

“세무사 조사관으로 일했어요. 그뿐 아니라 유산 싸움의 동기와 해결 방법에 비법이 있는 거 같았어요.”

“비법?”

“서로 상대 마음을 진정시켜 해결하는 거 같았어요. 아버지한테 말씀드려 볼까요?”

“그래주면 참 고맙겠네요.”

“말씀 낮추세요. 저는 같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라 더 마음이 가네요.”

“어머니는 언제 가셨는지?”

“리라를 낳고 얼마 있다가 가셨어요. 리라가 나 없으면 울듯이 나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그리워서 많이 울었어요.”

“그랬군요. 이 늙은이도 가끔 어머니가 그립지요.”

“제가 엄마가 그립고 생각날 때, 이렇게 저녁 같이 먹어도 될까요?”

“내가 자격이 너무 없어요.”

“아니요. 충분하세요. 그럼 저녁초대하면 꼭 나오셔야 돼요.”

둘이는 쳐다보며 다정하게 웃었다.

“(나갔다가 들어오며) 내 흉보고 웃었나?” 재국이 물었다.

“할아버지 흉이 그렇게 많아요?”

리라의 재치 있는 말에 모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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