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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평화 Nov 04. 2024

황혼, 날마다 새날처럼 살라!

1. 김길순 이야기

 나는 복지관을 다니는 할머니이다. 복지관 윗길로 지하철역이 있고, 지하철 층계를 막 빠져나오고 있었다. 

 “잠깐만요. 복지관 가는 길이죠?”

 “그런데요.”

 “나는 무식한 사람인데, 거기서 뭘 배우고 계시나요?”

 “스마트 폰하고 다른 과목을 배우고 있는데요?”

 “나도 거기서 배우고 싶은데, 뭐 아는 것이 있어야 하나요?”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가 무색하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누구나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등록하고 배우면 돼요.”

 그는 낡은 오토바이를 끌고 있었다. 눈에는 배우고 싶은 간절함이 묻어났다.

 “지금 같이 따라가서 구경도 하고 뭘 좀 물어봐도 될까요?”

 내가 오토바이를 쳐다보았다. 그는 오토바이를 끌고 나를 따라왔다. 복지관 한쪽에 낡은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이렇게 놓아도 안전하다는 듯이 손을 옆으로 하며 웃었다.

 “여기 배울 수 있는 과목이 쭉 적혀있어요. 골라서 선택할 수 있어요.”

 “무엇을 선택할지는 집에 가서 차분히 생각하고요. 오늘은, 어떻게 하나 수업 참관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이 시간에 스마트 폰을 배우는데, 같이 수업 들을까요?” 

 스스로 그가 무식하다고 스스로 말하는 순간 나는 그에 대한 탐색과 긴장이 풀리고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그가 말했다.

 “내 이름은 김길순이고, 이 근방 빌딩에서 청소하고 있어요. 선생님 이름은요?”

 “나는 선생은 아니고, 이름은 이나무예요.”

 “성씨는 이요 이름은 나무라고요? 본명이세요?”

 “나무가 울창해야 치산치수가 잘 되고 나라가 건강하다고 하며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지요.”

 “아버지가 훌륭하시네요. 우리 아버지는 오빠만 가르쳤고 나는 국민하교도 안 보냈어요. 오빠가 학교에 가고 나면 일을 하면서 틈틈이 오빠 책으로 몰래 공부했어요.”

 “자, 여기 앉으시고, 강사의 말을 듣고 조용히 있으면 돼요.”

 강사가 교실에 들어오자, 그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조금 있더니 졸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책상에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골을 골기 시작했다. 그를 깰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강사가 10분 쉰다고 말하였다. 휴~ 다행이었다. 웅성웅성하자 그는 잠에서 깨더니 두리번거렸다. 나는 쉬는 시간에 그를 데려온 자초지종을 강사에게 모두 말했다.  

 10분은 쏜 살같이 지나갔고 그는 안 자는 척하더니 책상에 곧바로 엎드렸다. 

 “아이고 어쩌나. 안 됐네, 그래서?” 

 꿈꾸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뽕~” 

 웃음소리에 그의 방귀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오늘은 참 재수가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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