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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pr 03. 2017

락시터

4050세대를 위한 뮤지컬. 대학로 소극장에서 10년 가까이 버텨온 작품

굿 모닝입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시간에는 그동안 소개해드린 뮤지컬 작품들의 전형에서 살짝 탈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소개해드린 작품들은 뮤지컬 주요 소비층인 2030 세대들 취향의 뮤지컬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오늘은 약간의 역발상을 발휘하여 4050세대를 타겟으로 한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에 대해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작품은 뮤지컬 <락시터>입니다. 2009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에 가깝게 오픈런으로 진행되고 있는 <락시터>는 뮤지컬 <당신만이>와 함께 중장년 뮤지컬 관객들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랍니다. 이번 시간에는 <락시터>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공연이야기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뮤지컬 <락시터> 소개

<락시터>는 40~50대 관객들이 관람객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뮤지컬들이 젊은 2030 세대를 위해 만들어진 라이센싱 공연이라면 시장은 작더라도 경쟁자가 거의 없기에 4050 관객들을 대상으로는 확실히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락시터>는 이근삼 작가가 쓴 연극 '낚시터 전쟁'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뮤지컬입니다. 소극장 뮤지컬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여 관객들을 극 중 대화에 끌어들이고 낚시터 무대의 소품인 커피를 나누어마시는 등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공연을 이어갑니다. (후반부에는 아예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 즉석에서 끓인 라면에 소주를 마시는 장면도 있지요.)

2. 줄거리

은퇴 후 식당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0대 초반의 남성 오범하와 치매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라 파김치가 되어버린 30대 가장 가제복은 어느 한적한 낚시터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가정에서 기도 못펴고 사는 범하는 오랜만에 아들뻔인 제복을 만나 반가워하며 이것저것 말을 걸지만 조용한 휴식을 원했던 제복은 범하를 귀찮아하며 피해다닙니다.

쫓고 쫓기는 범하와 제복을 두고 요금 징수원과 판매상, 불륜남녀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며 그들을 지나갑니다. 기분좋은 힐링을 원했던 범하와 제복은 남들 시선과 세대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으로 점점 짜증이 납니다.

하루 종일 지친 통에 제복은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나보니 범하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됩니다. 있는 동안은 여러모로 제복의 속을 썩였던 범하지만 예순이 넘은 어른이 없어진 상황에 이르니 제복은 범하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제복은 범하를 찾기 위해 밤길을 서성이지만 범하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하다못해 119에 전화까지 하게 된 제복은 범하의 소지품을 뒤지다가 가방 속에서 자살 용도의 목적으로 보이는 밧줄을 발견합니다. 오싹한 느낌과 무거운 감정에 제복이 얼어있던 그 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누군가 어슬렁 어슬렁 제복을 향해 걸어옵니다. 바로 범하였습니다.

무사히 돌아온 범하를 보며 제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렇게 그들은 밤을 같이 보내며 내일의 아침을 맞이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3. 공연 이야기

주로 소시민의 평범한 삶과 애환을 웃음과 울음 포인트를 적절히 섞어 제작하는데 있어 도가 튼 위성신 연출가의 작품입니다. <늙은 부부 이야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등의 작품에 유쾌함과 감동을 적절이 버무리는 위성신 연출가의 특성이 락시터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세대갈등이 심한 오늘날을 반영하듯, 60대 노인과 30대 가장은 지긋지긋한 가정을 버리고 찾아온 낚시터에서 다시금 삶을 목도하고 맙니다. 단 하루만의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둘은 결국 삶이란 사람으로부터 도피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삶으로서 게워내고 채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죠. 트렌드와 특수한 연출효과, 음악이 없더라도 10년 가까이 장수해온 <락시터>의 매력은 바로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인생을 관통하는 공감의 언저리를 건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락시터>의 최고 강점을 하나 더 꼽으라면 관객을 무대에 끌어들이고 그것을 맛깔나게 살려나가는 배우들의 유연함을 들고 싶습니다. 매회 공연마다 어떤 관객이 무대에 올라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배우는 관객이 무대에서 편하게 설 수 있도록 배려와 능청의 테크닉을 구사하면서도 공연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성실히 끌고 나갑니다. 자칫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런 불확실성의 스릴을 배우도 관객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소극장의 묘미이자 <락시터>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죠.
배우와 직접 합을 맞춰보는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 살아 숨쉬는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뮤지컬 <락시터>를 추천드리면서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가난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명예라고는 생각말라.
- 유태인 속담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시는 분은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보시거나 모바일에서 아래 링크 클릭하여 가입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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