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단계 : 지붕공사/ 징크 시공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붕공사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3주간의 강추위로 연기되다가 착공 하루 전날 비가 내려 지붕의 방수시트가 젖으면서 며칠 말린 후 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업체의 통보에 다시 지연됐던 공사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우리 집은 징크 지붕재를 사용한 외쪽지붕이다. 오리지널이 아니라 리얼 징크다. '리얼'이란 진짜라는 뜻인데 리얼 징크는 가짜 징크라는 뜻이다. 아니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리지널 징크가 좋기는 하지만 평당 몇 십만 원 할 정도로 워낙이 비싸다. 그래서 유사한 제품이 개발되어 쓰이는 것이다.
모던한 느낌의 오리지널 징크는 시간이 오래되면 고색창연한 색조가 입혀지면서 건물의 품위와 무게를 더해 준다. 내부식성과 100년 가까운 수명으로 고급주택에서 많이 쓰인다. 징크zinc는 아연(zn)이라는 뜻이다. 보통 쓰이는 리얼 징크는 0.5t 두께의 냉연강판에 아연을 도금한 칼러 강판을 의미한다.
우리가 리얼 징크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 가격 때문이고, 둘째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예정이기 때문에 굳이 비싼 지붕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은 외쪽지붕이라 한쪽 벽이 높아 우리 집보다 거의 두 배나 큰 앞 집보다 벽돌이 천 장이나 더 들었지만, 지붕이 외쪽이니 면적이 작아 같은 평수의 이웃집 박공 지붕보다 지붕재의 값이 작으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견적을 받아보니 아니었다. 이상해서 다른 업체에 견적을 받아 보니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가격이 싸다고 기술력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어서 몇 가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목조주택에서는 바람이 잘 드나들 수 있는 벤틸레이션(ventilation)이 중요하다. 지붕과 처마 사이에 통기가 잘 되도록 통기 장치를 잘해야 한다. 또한 그 구멍으로 새나 뱀, 벌레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구멍에 철망이나 그물을 쳐 주어야 한다. 일명 버그 스크린이다. 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ㄱ자로 꺾이는 부분의 거멀 접기를 잘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시공 오더를 내렸다. 거멀 접기란 얇은 금속 판재의 돌출부를 겹침가공해서 기구를 이용하여 접어서 이음 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볼트를 체결하는 금속판재를 이어주는 것과는 다른 공사 방식이다. 볼트를 체결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누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오랫동안 지연되었던 지붕공사는 시작되니 금방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미리 반입되었던 재료에 마름질을 끝내고 지붕에 올리고 패널을 하나씩 깔고 연결해 가는 통통 치는 망치소리까지 경쾌하게 들렸다. 지붕이 올라가니 집은 적어도 외형상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