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안에서 고추를 부여잡는 첫째 * 이유식이 목전인 둘째
오늘은 아침부터 정말 웬일인지 마트를 가고 싶었던 생각이 조금 있었다.
종종 마트를 들러서 뭘 먹을까 대화를 나눈다는 아랫집 외동아들이 자꾸 마음에 맴돌았다.
우리 첫째도 외동시절엔 마트 함께 다니면서 제철채소,과일도 보여주고
여러가지 먹거리로 이야기를 (그땐 나 혼자 주절거리는게 컸지만) 나누었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새벽배송의 맛을 알아버린후부터는 마트출입은 거의 한적이 없었다.
뭐..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는 법.
앵알앵알 둘째를 데리고 나 혼자 마트를 간다? 아.. 나중에 해보자...... 주저하고는 이내 마음에서 지워냈다.
첫째의 영어학원이 있는 날이라 낮잠시간 끝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학원으로 갔다.
한참 웃으며 집중하는 아이를 보던 중. 키즈노트에 알람이 떴다.
엥? 내일 소풍을 가니 한입거리의 간식들을 준비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아.. 한입거리의 간식들...? 아까 아침에 생각했던 '마트'가 다시 떠올랐다.
'아.. 마트에 갈까..?'
수업이 끝나고 내일 소풍갈거래~ 하는 내용을 전하니 나 과자사러 간다며 벌써부터 신난 첫째.
나는 큰 마음을 먹고 마트에 가기로 한다. (마침 마트가 영어학원 옆에 있었다.)
이것저것 사주면 너무 좋아할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절제미가 낭낭한 첫째;;
신난건 오히려 나인것같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아들 이거 먹을까? 뭐먹고 싶어~? 다 골라봐!"
"아니야. 하나만 먹을수 있어. 난 괜찮아"
"아들 이거 안먹고싶어? 엄마눈에는 맛있어보인다~"
"음.. (집어들다가) 아니야 나 이거 안먹어도 갱창아"
???????????
어찌저찌 반강제로(?) 고른 하나. 또 내가 먹고싶은 과자;와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만 몇개 집어들고
쇼핑은 마쳤다. 등에 업은 둘찌도 얌전히 잘 업혀있어줘서 순조로운 쇼핑이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 이상하게 길이 너무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3차선에 신호를 받았는데도 도무지 앞차가 가질 않았다.
'아니.. 왜이렇게 차가 막혀..'
그때 나의 아들은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엄마! 나 쉬!"
나는 식은땀이 날것같았다.
"아들. 조금만 참아줄수 있어?"
아들은 대답했다. "아니"
이때 둘째아들은 카시트에서 갑자기 으앵 울기시작했다.
"엄마엄마!! 나 급해요 나 쉬야 이잉"
진짜 급할때만 나오는 울음섞인 목소리다..
차는 진짜 너무너무 막혔다. 나는 3차선에 서있었는데 제길 골목도 하나도 없고 내가 빠질수 있는 길도 없었다. 아.. 둘째 기저귀를 빨리 첫째에게 채울까? 아 맞다.. 마지막 기저귀 아까 다썼지.. 하....
급하게 장바구니를 헤치기 시작했다.
"엄마! 나 쉬야 못참겠어요.."
"완!! 고추 붙잡고 있어!! 절대 싸면 안돼 알았지?"
"네에.."
아 식은땀이 나기시작했다. 둘째는 정말 목청이 터져라 울기시작하고 나도 울고싶어지고..
첫째는 안간힘을 다해서 고추를 붙잡고 울상을 짓고있고..
마침 도시락가방이 보였다. 아.. 보냉가방인데 방수가 될까 그래도 내가 가진 것중에서 물(?)에 제일 강해보였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비상등을 켜고 아이 카시트를 풀었다. "자! 앞으로 건너와 !!!"
아이는 정말 오래참았는지.. 정말 쉬를 많이 했고. "아~ 쉬원하다~" 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뒷자리로 쏘옥 사라졌다.
응? 근데 방수백이 새기 시작했다.. 한두방울씩..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막 보이기 시작한건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
꽤 방수가 잘되어보이는 튼튼한 가방이었다.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생각도 못한채 일단 차에 묻으면 대재앙이다!!!라는 생각으로 바로 이 쉬야가 가득한 보냉백을 어린이집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집으로 운전을 하기시작했는데
알고보니 1,2차선을 가로막을 정도로 화물차와 자동차와의 충돌사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와중에 3차선에 깜빡이를 켜고 세웠고.. (조금 멀리 떨어져있었지만)
어쨌든 민폐를 부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맥이 빠져버렸다.
마트를 안갔더라면....................................................................... 이 재앙이 없었을텐데 라는 자책을 하며 ㅜㅜ
마침 퇴근을 빨리한 남편에게 이 쉬야가득한 어린이집가방을 건넸고
남편은 수고했다며 어린이집 가방을 세탁해주었다는 훈훈한 마무리^^
어린이집 가방도 방수가 완벽히 되는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은 어린이집 가방속에 들어있던 '양말'이었다
천천히 새어나오는 보냉백의 쉬야를 이 양말이 다 흡수해주어 생각보다 재앙은 크지않았다.
오늘의 감사한 일
> 보냉백 버텨줘서 고마워
> 어린이집 가방 고마워
> 양말 고마워
오늘의 교훈
> 차에 입구 넓은 병하나쯤은 가지고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