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 all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들이 있다고 들었다. 여러 논란들을 거론하고자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이 곡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내게는 생각된다.
뷔와 아이유가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보면 두 사람은 하늘을 떠다니는 정방형의 사각상자를 피해 도시에서 숲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들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이며 매우 피곤하고 지쳐 보인다. 또한 그들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 외에도 한 가지 이상의 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유에게는 언어장애가, 뷔에게는 이미 기능을 다한 오른쪽 눈이 있다.
두 사람은 도망치다 숲 속의 버려진 건물 하나를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거대한 산처럼 옷이 가득 쌓인 곳을 지나, 이미 너무도 낡아 빛바래진 죽은 건물의 상가들을 둘러보던 두 사람은 캠코더 하나를 발견한다. 놀랍게도 그 캠코더에는 아직 불빛이 들어와 있다. 캠코더로 그녀를 비춰보던 그는 깜짝 놀란다. 캠코더 속에 비친 그녀는 너무도 화시하고 아름답다.
그는 그녀에게도 캠코더를 넘겨준다. 카메라를 받아 든 그녀 역시 그를 비추어 보고 죽어버렸던 그의 눈이 아무런 상처도 없이 빛나는 것을 본다. 놀란 그녀는 화면과 실제 모습을 번갈아 보며 다시 그를 확인한다. 게다가 뷰파인더 너머로 바라본 세상에서는 파티가 펼쳐지고 있다. 그와 그녀는 잠시 상상 속과 같은 파티를 즐긴다.
그렇게 행복하던 시간도 잠시 그들을 쫓던 사각형의 상자에게 발각당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태에서 대치한 두 사람. 그들을 발견한 상자의 불빛이 빨갛게 변하며 점점 가까워지고, 그녀는 그와 함께 상자를 맞이하며 그의 온전한 눈을 한 손으로 가려준다. 잠시 후, 산 같은 옷 무덤 위에 그와 그녀가 입었던 낡은 드레스와 턱시도가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장면으로 뮤비는 마무리된다.
요즘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는 목표도 없고, 앞날에 대한 기대나 희망도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건 청소년과 청년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고, 세워진 벽이 너무 거대해 보일 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때 인간은 반복된 실패 앞에서 무기력을 학습한다.
심지어 서로 나누어 편을 갈라대는 온갖 혐오와 차별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마구 짓밟히고 있다. 이토록 온통 황폐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버텨내지 못하는 이들은 늘어간다. 아이도 어른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의 심신이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이 전부라는 메시지는 막연하고 진부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무기력과 짓밟힘과 황폐함 앞에서도 나는 사랑이 전부라고 말하고 싶다. 거창한 무엇을 하라는 게 아니다. 먼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가까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사랑은 마치 풍선껌과도 같아서 혼자 삼켜버리지 않고 꼭꼭 씹으면 씹을수록 크게 부풀어질 수 있다.
나의 쥐꼬리만 한 사랑도 자꾸 조금씩이나마 나누어 주다 보면, 그 사랑을 나누어 받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또 다른 곳으로 전해질 수 있을 거다. 사랑은 하면 할수록 커지고 많아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모든 혐오와 차별을 끝낼 열쇠는 편 갈라 치기가 아니라 사랑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혼자라면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함께 사랑을 나눌 때, 여기저기서 화수분처럼 샘 솟아나는 사랑을 언젠가 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싶다. 그러니까 더더욱 서로 사랑하자. 사랑하기가 어렵다면 메마른 마음에 사랑을 달라고 기도하자. 세상을 진정 변화시키는 힘은 사랑에 있다. 그래,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