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히어로에게는 각자가 가진 힘의 원천이 존재한다. 어릴 때 재미있게 보았던 ‘슈퍼맨’에게는 망토가, ‘배트맨’에게는 ‘집사 알프레드’가 있었다. 맥가이버에게는 ‘물리학 전공지식’이, 울버린에게는 ‘아디만티움 손톱’이, 아이언맨에게는 ‘아크 원자로’가, 블랙팬서에게는 ‘비브라늄’이 있다.
그들이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의 힘을 갖게 되었든, 가지고 있는 힘을 증폭시켜 주거나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한 가지씩은 있는 것이다. 비단 영화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우리에게도 분명히 그런 아이템들이 존재한다. 무언가 특별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들이 우리에게도 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사서’의 업무는 대출반납으로 끝나지 않는다.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품이 많이 들고 체력적으로 힘든 일은 소장자료의 관리 및 보존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장자료란 과거에는 주로 단행본 도서를 의미했지만, 다양한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각종 DVD와 CD, 잡지, 신문 등 크기와 종류도 다양한 범 포괄적인 매체 자료 등이 많다.
물론 아직도 단행본 도서가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평소에도 틈틈이 서가를 정리하고, 평균 500권에 가까운 새로 들어오는 책을 관리하곤 한다. 그런데 매년 혹은 격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서가 전체를 정리하고 점검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특히 학교 도서관에서 단 한 명이 정리해야 하는 도서의 양은 이미 3만 권에 육박한다.
아무래도 ‘사서’ 혹은 ‘사서교사’로서 오래 일하다 보니, 이런 작업들로 인해 무엇보다 손가락과 손목과 어깨가 남아나질 않는다. 이사철이나 집 정리 때 가지고 있는 100권도 안 되는 책들을 한번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손목이 빠질 것처럼 아프고, 손가락이 욱신거려도 맡은 일은 해내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사정 아니겠는가.
힘들어도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매년 책을 수만 권씩 다루다 보면 종이에 베이거나 책이 떨어져 발 위로 찍히는 등의 자잘한 부상부터 건초염, 방아쇠수지증후군, 만성터널증후군, 만성 근육통과 염좌, 회전근개파열, 허리디스크, 요추통증 등의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도서 정리 작업을 앞두고 오만 가지 통증이 찾아올 때 내가 꼭 준비하는 특별한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작업용 장갑’이다. 뻔하고 흔한 ‘작업용 장갑’이지만 내게는 업무에서 특별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이다. 손가락이 욱신거리고, 손목이 아프다가도 일단 작업용 장갑만 착장하고 나면, 그 어떤 책 정리도 물품 이동도 두렵지 않다.
고장 난 손목으로 책 한 권을 들어 올리기도 힘겨웠는데, ‘작업용 장갑’을 끼는 순간 슈퍼파워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50권이든 100권이든 번쩍번쩍 참 잘도 들어 옮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슈퍼파워를 전달해 주는 장갑마저 벗고 나면 그 뒤로 며칠 동안 ‘아이고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는 근육통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작업용 장갑’을 끼고 일하는 동안은 신기하게도 전혀 아프게 느껴지지 않고 심지어 망설이던 중노동마저도 기꺼이 해낼 수 있다. 방금까지 죽을 것 같았는데 장갑을 낀 다음에는 몸 사리지 않고 최단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내려는 모습이 내가 봐도 정말 신기한 부분 중 하나다.
오랜 더위에 지친 우리에게도 드디어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확실히 아침, 저녁으로 조금은 선선해지고, 아침까지 에어컨을 틀어놓지 않아도 더 이상 덥지 않다. 8월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슈퍼파워 오브젝트는 어떤 것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면 자신에게 특별한 힘을 주는 도구가 무엇 일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