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스피커를 주문하고 새벽에 배송을 받아 오늘 사무실 내 자리에 설치를 완료했다.
한동안 개인적인 블루투스 스피커만 있었는데, 어제 연수를 듣다 보니 대출대에서는 카메라도 안 되고 스피커도 안 되어서 줌 연수가 불가능했다. 눈도 귀도 먹통인 채로 연수를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매번 학교를 옮길 때마다 스피커를 새로 구입했었더랬다. 자연스럽게 그런 시대가 지나간 줄 알았는데 주로 데스크톱을 사용해야 하는 특성상 필요했던 장비를 뒤늦게나마 추가로 마련해서 기분이 좋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던 동안 스피커가 많이 작아지고 아담해졌나 보다. 예전에 사용하던 스피커의 1/3 크기밖에 안 되는데 사운드는 꽤 풍성하다. 컴퓨터 기사님이 오셔서 거꾸로 되어 있던 듀얼모니터 방향도 바꿔주셨다. 몇 달간 반대 방향으로 쓰느라 손발이 고생한 내가 답답해진다. 며칠간 먹통이던 프린터기도 아마 쇼트가 발생한 것 같다며 손봐주셨다. 회의 앞두고 출력할 문서가 많았는데 다행이다. 나름 기계와 친숙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를 깨달았다.
얼마 전 '사서교사'라는 직업을 폄훼하는 누군가와 온라인 설전을 이어간 적이 있었다. 본인 아이가 원할 때 도서관이 닫혀있다는 게 성급한 판단의 이유였다. 고작 한두 번에 다니는 초등학교 도서관의 문이 닫혀있었다며 사서들이 제 일을 제대로 열심히 안 한단다. 평소에 자주 오는 학생이라면 시간을 잘 조율하여 미리 필요한 책을 빌렸을 텐데, 제 아이의 준비성보다 사서교사를 탓해야 맘이 놓이는 건지.
아이들도 어른들도 내로남불이다. 평소에는 언제나 열려 있어도 관심도 없다가, 막상 이용 타이밍이 어긋나자 사서교사의 일을, 개인의 삶을 폄훼하고 매도한다. 정말 우리가 잘못한 걸까? 이건 그저 성급한 이기심의 발로이다. 또 문제제기한 당사자가 자기 자신의 무심함과 실수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회피성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내 마음에 안 들면 다 죽었어~"하고 소리치는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무엇인지, 일부 미성숙한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안타깝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쉬운 요즘이다. 타인의 직업과 전문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각자의 일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이 사회는 또 얼마나 달라질까. 제발 성숙하고 어른다운 어른이 많은 사회가 되어가길 간절히 바란다. 나부터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