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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Apr 25. 2022

6. 뜻하지 않은 엄마표

'엄마'라는 단어



코로나라는 변수


 H가 7세가 되고 남편의 이직으로 조금은 시골틱한 지금의 동네로 이사를 왔다. 지금처럼 집 값이 많이 오르지 않을 때여서 대출을 끼고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 올 수 있었다. 주변에 편의시설도 별로 없었지만 한적한 동네가 싫진 않았다. H는 다니던 유치원과 작별하고 이사 온 집 근처 어린이집으로 등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코로나 바이러스, 당시에는 우한 폐렴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는데, 관련 소식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확진자가 몇 명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H가 한 일주일 등원을 하고 나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가 찾아온 듯 연일 속보로 긴급 뉴스가 쏟아져 나왔고 급기야 사람들과의 만남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되었다. 특히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 어린이들도 집에 있어야만 했고 그렇게 우리 집도 뜻하지 않는 집콕 생활이 시작이 되었다.

 적응했던 동네를 떠나 낯선 환경에 와서 다시 친구들도 만들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이곳에 적응을 하려고 했지만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7세가 된 H는 예비 초등으로 학교 갈 준비들도 해야 할 텐데 기관에서의 교육도 이어지지 못했다. 아니 그것보다 아이들도, 나도 하루 종일 집에서 지지고 볶고 있으려니 서로 성격이 안 좋아졌다. 교육은커녕 하루 세끼 챙겨주는 것도 일이 되어 버렸다.



엄마도 해보자


 그러다 문득 이렇게 집에서만 있는 시간들을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이 싫었다. 7살부터는 W라는 영재원에도 갈 수 있다는 것도 문득 생각이 났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일이 되었다. 물을 주면 쑥쑥 자라는 새싹처럼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 아이인데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 밖에서 못하면 집에서라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SNS에 엄마표 미술이니 엄마표 영어니 하면서 집에서 아이들에게 전문가 뺨치는 유익한 활동을 해주시는 분들을 우연찮게 볼 수 있었다.

 그전에 나도 집에서 아이들과 자주 미술놀이는 했었지만 이번에는 SNS와 책을 찾아보면서 활동에 주제를 붙이게 되었고 책과 연계도 해보았다. 집구석에 숨어있던 조립 만들기도 다시 꺼내보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시작했다. H의 관심사를 더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수준에 맞게 난이도 있는 활동들도 할 수 있었다. 종이접기, 외국어 관심 갖고 써보기, 국기 그리고 나만의 국기 디자인해보기, 세계지도에 국기 그려보기, 자동차, 로고, 엠블럼 디자인해보기 등 H의 강점의 영역을 더 키워주고 확장시켜줄 수 있었다.

 특히 세계 지도에 국기를 그려 넣는 활동은 H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 아이 주도 놀이로 의미가 깊었다. 관련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부모 섹션 메인에 올라가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렸을 적에 무엇을 만들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었다. 특히 재활용품을 자르고 붙여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썼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이들과 만들기를 하며 활동을 하는 시간이 조금 귀찮다기보다는 내가 과거에 충분히 누려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대신 채우는 기분이 들었다. 같이 고민해보고 만들면서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잘 안되면 안 되는대로 안 되는 것에 아쉬워하며 같이 공유하는 시간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찬란했다.


 코로나여서 아쉬웠던 점도 많다. 특히 책을 자주 빌려서 봤던 우리는 대여를 할 수 있는 기관들에서 대출 중단이 되어서 새로운 책을 보는 시간들이 적어졌다. 그래서 전집을 한 질 들이고 봤던 것을 또 보면서 책 읽기를 했지만 책을 마음껏 읽히고 싶은 욕망은 늘 남아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패드로 많은 책을 볼 수 있는 체험을 접했다.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집에서도 충분히 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용 패드들이 이때다 하고 쏟아져 나왔다. 그중 나는 패드로 전자책을 보고 실물 책도 살 수 있는 한 회사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어 큰 결심으로 계약을 하였다. 정규적으로 하는 H의 첫 사교육이었고 이때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책을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에 아깝지가 않았다. 독서는 그 효과를 본다면 가성비 최대의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너이기 때문에


 사실 아이가 지능이 조금 특별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평범한 환경에서 평범하게 자랐던 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이루어 미래를 계획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디 가서 튀는 것도 싫어하고 그런 것이 어색한 나는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옷을 입게 되면서 처음엔 여기저기 안 맞았지만 결국 내 몸에 맞는 옷이 돼가고 있음을 느꼈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아이와 지내면서 우리 환경에 따라 살아가면서 저절로 내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나도 아이로 인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 시국에도 H가 아니였다면 이렇게까지 엄마표에 진심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꾸준히 교육 관련 서적들도 읽고 아이에게 책은 어떻게 읽어줘야 하는지, 어떤 책을 보여줘야 하는지, 어떤 미술 놀이가 있는지 틈나는 대로 찾아보게 되었다. 아이의 감정을 잘 다뤄야 지능도 잘 발달된다고 해서 훈육, 육아 관련 서적들도 보면서 나의 현실을 직시하고 조금씩 고쳐보기도 하였다.


 내 인생에서 나를 위해 무언가를 절실히, 열심히 한 적은 있지만 엄마가 되고 아이를 위해 조금씩 열정을 쏟는 시간들이 과연 나에게 무엇을 얼마나 가져다줄까, 그것이 100% 보장이 될까?라고 묻는다면 100% 아니다는 답이 돌아온다. 어렸을 적 만족스럽게 키웠던 아이들도 초등학생과 사춘기 시기인 중, 고등학생 시절까지 어떻게 보낼지 그것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아이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왜 아이들을 위해서 내 태도도 고쳐보고 좋은 환경들을 만들어주려 애를 쓰는 것일까. 많은 말들이 떠오르지만 그 생각의 끝은 결국 '나의 아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아이들의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엄마'라는 단어는 이렇게 차원이 다른 엄청난 힘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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