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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8. 2016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김이재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김이재


                            강 일 송


오늘은 문화지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한 행복한 문화지리학자로 지리와 연관지어

음식, 패션, 관광, 스포츠, 현대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를 해

왔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 두 가지는 나비와 말괄량이 삐삐, 전 세계적으로 절망을 딛고 꿈을

이룬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비를 좋아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때마다 놀라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시절 영웅 삐삐처럼 즐겁고 용감하게 삶을 개척

하기 위해 마흔이 되던 해에 이름까지 바꾸게 됩니다.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며 살자)


한 번 내용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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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가 묻습니다.

“나에게는 온통 불리한 조건뿐입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김이재가 답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장소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우선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다양한 장소를 체험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곳, 나와 맞는 공간을 찾으세요.“


세상에는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 성별, 유전자, 고향 등은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운명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바꿀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애인, 배우자, 전공, 직업, 종교까지....

특히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국적조차도 더 이상 숙명이 아닙니다.


저의 현재 직업은 지리학자이자 대학교수입니다.

비록 대학교수는 주로 연구실과 강의실을 오가는 좀 따분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제 전공이 문화지리학이기에 전 세계를 여행하고 오지를 답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장소를 탐색한 후 내가 좋아하는 곳을 선택하여 일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리학자라는 직업은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부터 지리학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수능을 망쳐 2지망으로 지리교육학과에 갔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해서 빨리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외국계 회사, 방송사,

학교, 대학교 연구소를 전전하면서 쓴맛 단맛 다 보았습니다.

한국의 어른들 중에서 자신의 진짜 꿈을 찾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에게도, 고도성장이 멈춘 우리나라는 꿈과 희망이 사라진 팍팍한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공간적 의사결정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희망을 찾기 힘든 절망적 상황에서 운명

의 지도를 바꾸려면 지리적 상상력이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는 생물학적 나이로는 중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진짜 제가 원하는 것을 열심히 찾는 중입니다.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창조적인 분야에서 지도와 지리정보, 지리적 사고는 매우

중요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일본)도, 파울로 코엘료(브라질)도, 생택쥐페리

(프랑스)도 모두 여행을 좋아하고 지리적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공간적 의사

결정도 탁월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지리 교육이 가장 부실하고, 지리적 상상력이 빈약한 나라는 어디

일까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고 분석한 결과 안타깝게도 미국과 한국

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지만 일류대학에 지리학과가 사라진 지 오래고, 미국의

교육을 이식받은 한국도 지리교육은 홀대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지리를 제대로 전공한 교사가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지리 교육이 강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월리엄 왕세손이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할 정도로 영국 사회에서 지리 교육

의 위상은 높습니다.   현대 영국 일상에서도 지리 교육의 전통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16세기 유럽 변방의 섬나라였던 나라의 운명을

바꾼 지도자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비록 공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낳은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의붓어머니 밑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녀가 왕이 되리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왕이 된 그녀였지만

유럽의 그 어느 군주보다 지리적 상상력이 훌륭했습니다.


그녀는 유명한 지도 제작자에게 새로운 영국의 지도를 만들 것을 명령하고

자신의 초상화에도 자신감있게 지구본에 손을 올리고 포즈를 취합니다.

그리고 해적 드레이크를 지원하여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시키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로를 장악하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아메리카 신대륙

탐험을 통해 영국의 식민지를 넓히는 데도 힘을 쏟았습니다.


당시 섬나라인 것은 국가 발전에 치명적인 걸림돌이었습니다. 유럽을 리드하는

세력은 유럽 평야의 중심에 위치한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의 왕족이었고,

남유럽의 중심지는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학문적 전통이 깊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1세의 탁월한 지리적 감각으로 국가의 기틀이 갖춰지자

영국은 세계로 뻗어 가기 시작합니다.

이튼, 킹스, 해로우 등 전통 있는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세계지리를 통해 동양에

대한 지리적 상상력을 자극했고, 해외로 진출하여 식민지를 개척하도록 준비

시켰습니다.


지리상의 발전을 통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영토를 확장한 국가였던 네덜란드,

포르투갈 역시 본국의 영토 사이즈는 작고 위치는 변방이라는 공통점이 있습

니다.  어쩌면 열악한 자연환경, 불리한 지리적 입지가 더 적극적으로 지리적

상상력을 길러 세계로 나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요?


지리적 상상력은 이처럼 더 넓은 세상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주기도 하지만,

다른 세계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문화지리학자로서 여러분들이 “지리적 상상력”을 키워, 각자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마법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일과 공간을 꼭 찾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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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색다르게 지리학자의 글을 한 번 보았습니다.

세상은 하나지만 각자의 영역과 분야에 따라 바라보는 창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지리학자의 눈으로 보니, 또 다른 세계사의 흐름이 보이네요.

저자의 가장 큰 화두는 “지리적 상상력”입니다.   상당히 생소한 용어이지요.

엘리자베스 여왕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바다를 장악하는 사건도

지리적 상상력의 차원으로 풀어냅니다.


세계적인 작가인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익숙한 환경에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이면 과감하게 짐을 챙겨 이사를 하고, 국내든 해외든 자신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세계여행도 자주 다닌다 합니다.

하루키에게도 지리적 상상력을 이용하여 새로운 소재를 찾고, 소설의 배경도

전 세계로 확장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조선의 중반 이후에 조금이라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트인 인물이 나타나서,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하였다면 일본이나

중국보다 먼저 근대화의 길을 열어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역사가 전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마구 발휘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처럼,

현재에 얽매여 있지 말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기가 행복한 장소, 내가

좋아하고 나한테 맞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마인드와

용기가 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지금이 아닌가 하고 주장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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