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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바라보기-카프카이야기>

철학의 참견 中

by 해헌 서재

<낯설게 바라보기-카프카 이야기> 신승철
“철학의 참견” 中

강 일 송

오늘은 철학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책을 쓴 저자 신승철(1971~) 은 동국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무의식, 구성주의, 기후변화, 사회적 경제
등에 관심을 갖고 인문학 모임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서로는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 <식탁 위의 철학>, <욕망자본론>,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성>과 <변신>의 유명한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이야기를
참견 잘하는 저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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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게 바라보기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인 프라하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프라하에 있는 독일어 학교를 다녀 이중 언어
를 구사한 점이 그를 소수 문학으로 이끈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파시즘 사회가 태동하기 시작한 유럽 사회에서 질식할 것 같은 관료주의를
체감하고 그 주변부에 자신이 고독, 부조리, 소외된 인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문학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그의 유명한 저작 <성>과 <변신> 등에서 주인공은 늘 고독하고 주변을 떠돌면서
탐색하는 인물이다.

카프카가 그려낸 세계는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데, 그 이유는 주류의 통속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과 소수자의 시선으로 색다르게 재구성
해내기 때문이다.
세상을 낯설게 들여다보는 색다른 시선은 카프카 문학의 원천이기도 하다.
카프카는 소수적인 존재들의 다른 프리즘에 비친 그 이질적이고 낯선 세상을
문학을 통해 재창조해낸 것이다.

카프카는 유태인이었고, 철저히 국지적이며 유한하고 가까이에 있는 현실과
접촉하며 살아온 지방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방사회와 지방인의 시선이라는
소수성마저 가지고 있었다.


◉ 한낱 부품이 된 사람들

카프카는 14년간 프라하의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재해보험 협회에서 근무했다.
당대의 관료제는 사실은 합리화된 민주주의 방법론으로 채택된 제도였다.
유럽 사회에서 신분, 계급 등의 봉건적 제도를 철폐시킨 원동력 중 하나가
관료제였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관료제는 더욱 복잡한 지층으로 서열화된 신분과 계급
질서를 만들고 만다. 여기에 관료제의 역설이 있다.

당대의 유럽 사회는 질식하리만큼 경건한 합리주의와 관료제로부터 유래된
권위주의와 가부장제가 시스템으로 동시 작동하던 사회였다.
사람들의 욕망은 극도로 억제되고 소수성과 주변성은 철저히 관리를 받던
사회형태였다.
잘 조직된 관료사회는 똑같은 유형의 인간을 주조해내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건전지 같은 부품처럼 작동하도록 유도한다.

관료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면서 하게 되는 것’
이다. 즉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계부품처럼 자동
화되어 움직인다.
관료제 사회에서는 소수자는 관리의 대상이며, 행정서류의 한 귀퉁이에
도장이나 찍으면 그만인 존재들이다. 관료제가 소수집단과 소수성에
무척 적대적인 이유는 그 자체로 자율성의 정반대인 자동성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관료제가 소수의 욕망을 포획하고 관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탐색했으며 그 방법으로 ‘낯설게 보기’를 수행한다.


◉ 어느 날 아침, 벌레가 되었네.

카프카의 소설 중 <변신>은 관료제의 일부로서 노동을 담당하는 기능 연관이
고장 났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주인공 그레고르는 관료제 사회에서 벌레
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해고자, 실직자, 퇴직자, 질병이 있는 사람 등을
은유한다.

현대사회의 노동자와 시민들에게는 꼬리와 꼬리를 무는 악몽 같은 걱정거리
가 있다. ‘내가 취업이 안 된다면’, 혹은 ‘내가 어딘가 아프기 시작한다면’,
또는 ‘내가 갑자기 우울해진다면’ 하는 걱정들이다.
그리고 그 현실이 현실이 된다면 실제로 그레고르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즉, 현대사회에서 자동적인 기능 연관의 일부로 쓰이던 역할을 잃어버리면
그때까지 그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인간관계가 완전히 다른 태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가족이 지지대가 되어주면 좋겠지만, 소설에서
처럼 가족들이 오히려 기능 정지된 그를 구박하고 공격할지도 모른다.

우리 안의 소수성을 수용할 때 관료제의 환상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것이 바로 카프카가 소수 문학을 통해 우리에게
던져주고자 했던 의미일 것이다.

◉ 시스템이 빼앗은 것들

공동체에서 재미로 시작했던 실천도 의미를 띠면 바로 일이 되고, 일이
되면 결국 자동적인 시스템을 짜게 된다. 그러면 애초의 재미는 거의
사라지고 똑딱거리는 일과만이 남는다.
카프카는 헝가리어와 독일어를 함께 쓰는 이중 언어 사용자였다는 점,
그리고 양쪽 사회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유태인이었다는 점 덕분에
우리는 소수자의 시선으로 거대한 관료제를 이해하게 되었다.

<변신> 이외에도 카프카의 소설들에는 고독, 소외, 부조리와 같은 실존적
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동화된 사회에서 고장나
거나 병들거나 지친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반면에 소수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적 경제’체제는 효율이 아닌 자율
에 의해 조직된다는 점에서 관료제에 대한 대안으로 꿈꾸게 한다.

사회가 매뉴얼과 제도, 시스템 등의 효율만을 너무 쫓으면 소수자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서열화와 위계화가 더 점점 강화되어 구성원들은 심장
이 터질 것만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처럼 우리 안의 소수성과 접속한 사람들에게는
욕망의 자율성과 사랑의 공동체가 무척 필요하다. 그 두 가지가 바탕이
되어야만 비로소 자신과 세계, 우주를 재창조하는 색다른 변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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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철학 이야기였는데, 명작가인 카프카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들어보았
습니다. 저자는 철학박사로 문래동 예술촌에서 “철학공방 별난”이라는
연구공간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작가입니다.

우선 카프카를 본다면 프라하에서 태어난 독일어를 쓰는 유태인이라는 정체성을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체코이지만, 당시에는 오스트리아-헝
가리 제국령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늘 주변인이고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엄격한 아버지와도 늘 갈등하였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유태인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주변인, 소수인, 소외된 인물이었기에 세상을 낯설게 보기가
역설적으로 가능하였다고 합니다.

당시는 봉건제가 끝나고 봉건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료제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이 관료제의 특징이 사회가 시스템화되면서 각 개인들은 개성을
잃은 부속품처럼 전락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반기를 든 카프카는 여러
작품들에게서 이를 비판하고 저항합니다.
자고 나니 벌레가 되어 있었고, 가족들은 돌변하여 구박하고 공격을 합니다.
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가장이 돈을 벌어오지 못하여 경제적 역할을
상실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늘 마음은 불안합니다.

집단주의, 전체주의 등이 이와 관련이 있고,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도 이것과
아주 유사합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소수의 권리와 취향도 인정해주고
개인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사회문화가 꼭 필요하겠지요?
이런 것이 가능해질 때, 개인과 집단이 모두 건강하고 사회는 더욱 안정적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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