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간 도자기>
강 일 송
오늘은 도자기를 통한 역사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예전 한국미에
대한 이야기중 도자기만큼 전 시대를 걸쳐서 나타나는 예술품이 없어서
연구할 때 가장 좋은 분야라는 말씀을 드린 적 있었습니다.
고대인이 수렵할 때는 느긋하게 그릇을 구울 시간이 없었고, 정착 농경이
시작되고 불을 자유롭게 사용한 후 25,000년에 걸쳐서 흙과 불을 이용하
여 그릇은 계속 만들어져 왔다합니다.
그릇류는 토기(土器), 석기(石器), 도기(陶器), 자기(磁器)의 네 단계로 구분
되는데, 이 중에 자기가 질적으로 가장 뛰어납니다.
자기라는 것은 카올리나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자토로 그릇을 빚어 1300도
의 온도에서 구운것입니다. 아주 단단하면서 태토가 희고 얇고 가벼운데,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가 나고, 오랫동안 그 재료와 소성법은 중국인만이
알고 있었고,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갈라지는 토기나 도기밖에 구울 수 없었
습니다. 페르시아 등지의 토기는 가마 속에서 온도가 800도 이상 올라가면
주저앉아 버려서, 자기와 도기, 토기의 차이는 분명하였습니다.
따라서 중국자기는 중국만의 특산품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
었고, 유럽에서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중국 자기를 가진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하고 수집하는 열풍이 불었습니다.
중국자기의 수출은 당나라때인 9세기중기부터 여러 단계에 걸쳐서 이루어
졌고 16세기 세계의 대항해 시대가 열려 포르투갈, 스페인의 용감한
항해자들에 의해 중국의 자기, 특히 청화백자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곶을
돌아 유럽에 전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17,18세기 유럽에는 중국취미, 즉 “쉬누아즈리” 열풍이 불었고 영어로는
“차이니즈 매니아”라고 했는데 중국자기 유행의 중심이 프랑스였기 때문에
아직도 “쉬누아즈리” 열풍으로 더 불리웁니다.
주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동방무역에서 경쟁하였는데, 서로 적대시하고
있어서 두 나라 배는 만나면 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자기는 주로 네덜란드
가 많이 무역을 했는데, 암스테르담 경매에서는 프랑스왕 앙리 4세를 비롯
하여 유럽의 왕후귀족이 중국 자기를 손에 넣으려고 광분했다고 합니다.
자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다보니 유럽에서 직접 자기를 만들어내려는 시도
가 일어났는데, 유럽에서 최초로 시도된 곳은 이탈리아의 “메디치 포슬린”
이었고 백색 도토에 유리가루, 수정가루, 소다회를 섞어 만들었는데
얼핏보면 중국 자기처럼 보였지만 깨지기가 쉬웠다합니다.
이후 네덜란드의 델프트에서 도기를 만들었으나 질적으로 중국 자기를
따라 갈 수가 없었고, 유럽의 요업가들도 점차 재료인 도토, 또는
자토의 배합이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1709년 독일 작센 공화국의 수도인 드레스덴 교외의 “마이센가마”
에서 마침내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을 하게 됩니다.
당시 작센의 제후인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는 군자금이 필요하였고
금과 맞먹을 가치인 중국자기를 만들어 수입을 얻을 생각이었다 합니다.
연금술사였던 “뵈트거”와 화학자였던 “치른하우스”가 작센과 보헤미안
산악지형에서 발견된 카올린으로 자기를 구웠고, 뵈트거는 자기 제법을
누설하지 못하게 36살의 나이에 암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유럽인들은 일찍이 헝가리까지 쳐들어왔던 칭기즈칸의 몽골 군대에 대한
두려움과 중국의 수준높은 문화에 대한 동경심이 혼재하고 있었다 합니다.
처음 마이센 가마 등 초창기 유럽가마들은 중국자기를 모방한 자기를 만들
었고, 점차 유럽의 독자적인 내용을 담은 자기들로 변하여 가게 됩니다.
특히 영국의 웨지우드(Wedgewood)가문의 도자기는 영국풍의 본차이나와
영국다운 기형과 문양의 자기로 영국 최고의 명문이고 현대의 백화점에
서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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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서도자교류서}, 미스기 다카토시 저, 의 책의 내용을 위주로
유럽으로 간 자기의 영향과 역사에 대해 한번 훑어봤습니다.
잠깐 예전 글에서 언급한 고려청자, 조선백자에 대한 내용도 자기를
통하여 역사를 살펴보기에 참 좋은 재료이고,
이도다완을 비롯한 조선막사발을 통해 본 일본의 역사와, 이삼평 등
조선의 도공이 일본의 자기산업과 문화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기 그지 없습니다.
자기와 토기를 이야기하면 다도(茶道)를 빠뜨릴 수 없기도 합니다.
다음에 기회를 봐서 위의 내용들에 대한 글을 한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찍이 유럽에 불었던 중국의 자기, 비단, 차, 칠기 등의 유행열풍이 있었고
요즘은 유럽의 로열코펜하겐이나, 웨지우드의 도자기 등의 인기가
거꾸로 동양에서 일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게 느낍니다.
문화는 돌고 돌아서 우리 시대를 관통하고, 짧은 것은 길어지고
길어진 것은 다시 짧아지는 유행의 흐름 속에 인간사의 원리가
녹아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한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