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차이점과 스타트업이 이를 구분하는 방법
a16z의 벤 호로위츠가 쓴 ‘하드 씽’을 읽다가, '좋은 제품 관리자 vs. 나쁜 제품 관리자’라는 글을 보았다. 제품 관리자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벤 호로위츠 직접 썼다는 쓴 글이, 지금까지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읽히고 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VC와 나쁜 VC’에 대한 내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어떤 회사가 좋은 벤처 투자회사인지에 대한 기준을 이야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벤처투자회사를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DHP는 이제 7년 차에 접어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 회사다. 이제 투자한 스타트업은 30여 개, 운용하는 펀드도 10개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실수를 저질렀으며,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또 배움을 얻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더 좋은 투자회사가 되기 위한 우리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이제는 어떤 VC가 좋은 곳인지 우리 나름대로 정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참고로 DHP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된다.
DHP 소개 자료: bit.ly/DHP_intro_v46
DHP 투자 FAQ: dhpartners.io/apply
DHP 블로그: bit.ly/dhp-blog
이 부분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까 하다가, 가장 먼저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투자사라는 업의 본질은 결국 투자이며, 투자사의 성과는 투자 수익률로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 수익률은 결과적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왔는지도 중요하다. 그 좋은 투자 수익률이라는 결과가, 아래에서 언급할 좋은 지향점들을 통해 나온 것이라면 가장 좋겠다. (참고로, 이제 5년이 되어가는 DHP의 1호 펀드가 이미 실현한 수익률을 얼추 계산해보면 500%가 넘어간다.)
모든 것은 결국 시장이 결정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 투자자도 시장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투자사로서는 두 가지의 시장을 대면하게 된다. 하나는 벤처투자 시장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되며 (경쟁자는 다른 VC가 된다), 또 하나는 투자를 검토하고 있거나, 이미 투자한 스타트업이 사업을 진행하는 시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경쟁자는 다른 스타트업이 된다.)
어느 경우이든 결국 기회와 위험은 모두 시장에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 등의 가치를 결정하고, 그 가치에 대한 보상을 받을지도 결국 시장이 결정한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포트폴리오들에게도 항상 강조해드리는 부분이다. 사업에 대한 답은 경영자의 머릿속, 전문가들의 자문, 투자사의 의견에 있지 않다. 답은 시장에 있다는 것을 우리도 명심해야 하며, 이를 알고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 좋은 투자사라면 이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또한 벤처 투자 시장에서도 항상 겸손해야 한다. 벤처 투자 시장은 다수의 스타트업과 다수의 투자사로 구성된 경쟁 시장이다. 스타트업은 더 좋은 투자사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기 위해, VC들은 더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한다. 특히, 기존에는 보통 돈을 쥐고 있는 VC가 갑이었지만, 최근과 같이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는 상황이 오히려 역전되었다. 즉,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VC가 오히려 스타트업으로부터 '간택'을 받아야 한다.
이 시장은 투자사의 평판과 수익률, 스타트업 대표님의 성향, 투자사들 간의 경쟁, 그리고 우연과 인연까지도 작용하는 일종의 복잡계다. 아무리 크고 실력 있는 투자사도 이 복잡계를 컨트롤할 수는 없다. 이런 시장에서 우리가 견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가 바로 겸손함이라는 것을 배웠다. 시장 앞에서 그저 겸손해야 한다. 누구도 시장을 거스를 수 없다.
답이 시장에 있다면, 그 답을 찾는 것은 결국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다. 주연은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며, 우리 같은 투자사는 결국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표님들을 존중해야 하며, 대표님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대표님들은 투자사보다 훨씬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훨씬 더 어려운 일을 하는 분들이다.
답을 찾는 주체가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표님’이라고 좁은 범위로 특정한 것은 우리가 투자하는 대상이 극초기 팀들이기 때문이다. 극초기 팀의 역량은 결국 대표자에 의해서 대부분 결정된다. (그렇게 시작하여, 회사의 역량이 대표자의 역량을 뛰어넘도록 발전해야 한다. 그렇게 만드는 것 또한 대표자의 역량이다.)
스타트업을 투자 검토하는 과정에서나 투자하여 이미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투자사는 대표님의 역량, 의사결정권, 자율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결국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대표님이지, 투자사가 아니다.
우리 DHP는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사의 의견이 강할 것이라는 (소위 '감 놔라 배 놔라’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외부적으로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정말로 그런지는 우리 대표님들께 물어보시면 된다. 참고: 빅웨이브 채백련 대표님의 인터뷰)
노파심에 또 하나 덧붙이자면 대표님들의 열린 자세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믿어서도 안되지만,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 근거와 논리를 따져서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문가의 의견에 너무 지나치게 흔들리거나, 혹은 반대로 귀를 닫고 무시하는 대표 모두 투자사에서 당연히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의 하나이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제한적인 시간/인력/재원, 부족한 네트워크, 혹은 경험 부족으로 항상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어려움을 좋은 투자사라면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투자사라면 초기 스타트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요청이 있을 때, 이런 어려움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의료/헬스케어 특화된 투자사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 포트폴리오가 혼자서 끙끙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알고 보니 우리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거나, 우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적임자를 구해드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네트워크에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면, 결국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내 페이스북에도 ‘우리 포트폴리오가 이런 사람을 찾는데, 혹시 소개 가능한 분이 계신가’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우리의 투자를 받으면 우리의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말이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정말 어렵다. 어렵다기보다는 매우 번거롭다. 투자한 팀이 늘어날수록 이런 요청은 비례해서 늘어나고, 투자사의 시간은 비례해서 줄어든다. 어떨 때는 정말 ROI가 안 나오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투자사가 좋은 투자사이다.
앞서 언급한 포트폴리오의 문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혹은 가장 크리티컬한 문제는 역시 자금이다. 대부분의 극초기 스타트업들은 시드 펀딩으로 수혈받은 자금을 소진하기까지, PMF (Product Market Fit)을 찾지 못한다. 따라서, 절대다수가 후속 투자를 받아야만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이때 후속 투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사가 좋은 투자사이다.
가장 좋은 투자사는 직접 팔로온 투자를 리드해주는 곳이다. 이는 큰 펀드가 있는 대형사들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초기 투자사들은 펀드가 크지 않기 때문에 후속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후속 투자를 집행할만한 VC들을 연계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에는 국내 VC들 중에 헬스케어 분야에 어느 투자사가 관심이 있고, 어느 심사역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그 회사가 운용 중인 펀드 중에 투자 범위에 들어오는 것이 어떠한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하우스가 평판이 좋은지, 혹은 좋지 않은지도 파악하고 있다. 컨택 포인트는 물론 모두 가지고 있고, 좋은 투자사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포트폴리오가 투자를 받기에 적합한 후속 투자사를 소개해드린다.
참고로 우리 포트폴리오를 VC에게 소개하는 메일을 투자사의 대표자인 내가 다른 VC의 대표님이나 핵심 멤버에게 하나하나 직접 따로 써서 보내드린다. 스타트업의 소개뿐만이 아니라, 왜 그쪽 VC에서 관심을 가지셔야 하는지도 가능하면 언급한다. 무척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팀들이 VC에게 조금이라도 더 어필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좋은 투자회사라면 마땅히 이렇게 해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사는 피투자사 대표님들께 언제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업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편하게 털어놓고,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사업에도 도움을 드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와이컴비네이터의 investor school에서 샘 알트만이 강조한 초기 투자사의 조건 중의 하나가 ‘새벽 1시에도 피투자사 대표님의 전화 상대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님들은 보통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는 코 파운더와 C-level 조차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고민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런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경청해줄 수 있는 상대는 되어야 한다. 일종의 대나무 숲과 같은 역할을 해드리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팀들 중에도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연락하셔서 고민을 토로하시는 대표님들이 더러 계신다. 이제는 (내가 가정을 꾸려서 집에 혼자 있지 않으니) 새벽이나 주말에 전화 통화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최근에도 새벽 1시에도 대표님과 슬랙으로 고민을 들어드리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대표님들의 고민에 대해서 나는 24시간 5분 대기조를 자처한다.
우리는 투자한 팀들이 모두 하나의 슬랙에 모여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슬랙에는 우리 파트너, 자문가들 뿐만 아니라, 투자한 팀들의 대표님, 코파운더 들이 모두 모여 있다. 개별 팀의 채널, 모든 팀이 함께 보는 채널, 대표님들만 모여 있는 채널 등이 있어서, 투자사-피투자사, 피투자사 사이들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나도 깨어 있는 시간이라면 슬랙에 24/7 접속해 있다. 미팅이나 일정 중이라면 답변이 늦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시간으로 대표님들이나 투자 팀 채널에 올라오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ASAP 드린다. (이것은 대표님들이 결국 판단하실 영역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대표님들과 우리가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으시기를 원한다.
좋은 투자사라면 투자금 이외에 스타트업에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해드려야 한다. 앞서 언급한 후속 투자이든, 네트워킹이든, 전문가의 자문이든. 하지만 이러한 추가적인 가치는 대표님들이 언제든 선택하실 수 있는 ‘옵션’이 되어야 하지,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사는 대표님이 맛있게 식사하실 수 있도록 여러 음식을 잘 준비하여 밥상을 차려드리는 것까지가 역할이다. 그 밥상에 차려진 음식을 드실지, 언제 드실지, 어떻게 드실지는 결국 모두 대표님이 결정하는 것이다. 투자사는 대표님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하지, 결코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사에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많이 차려놓았다고 해도 결국 아무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혹은 밥상 앞에 앉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결국 대표님의 결정이다. 투자사의 고객은 결국 피투자사이므로, 고객의 입맛을 존중하고, 다음에는 고객의 입맛에 더 맞는 음식을 준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DHP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표님들에게 가치를 제공해드리고 있다. 전담 파트너, 개별 멘토링, 포트폴리오 멘토링, 오피스아워, 그리고 트레바리 북클럽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밥상 위에 차려드리고, 결국 이를 집어 들지 말지는 대표님들께 온전히 맡긴다.
이를 종합해보면 나는 가장 좋은 투자사는 결국 스타트업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돈을 투자한 투자사, 돈을 투자받은 피투자사의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스타트업 투자를 단순히 기능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함께 숨 쉬고, 대표님을 깊이 이해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투자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투자를 집행한 이후에, 우리의 투자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의 웰컴 키트로 선물을 몇 가지 보내드린다. 이 선물의 레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서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려는 투자사이며, 우리 포트폴리오들은 그런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자랑스러운 동반자’로 여긴다고 말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동반자적인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투자사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내가 적극적으로 앞장서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론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투자사의 ‘대표’와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좋다고 생각한다.
업계에 훌륭한 심사역들이 많이 계시지만, 피고용자로 일하는 심사역과 그 심사역에게 월급을 주는 대표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월급을 받는 사람과 월급을 주는 사람 두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는 어쩔 수 없는 큰 간극이 있다. 대표는 대표가 가장 잘 이해한다.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투자자가 결국 좋은 투자자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런 투자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이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스타트업에게는 VC에 대해서 거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VC들은 자신을 좋은 투자사라고 이야기하며, 달콤한 이야기들을 스타트업에게 전한다.
어떤 투자사는 정말 큰 가치를 제공하며 스타트업의 동반자가 되어주지만, 안타깝게도 또 많은 경우 그런 장밋빛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투자한 이후에 스타트업은 소위 ‘잡은 물고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적지 않은 투자사들이 투자한 이후에 아무런 가치도 제공하지 않고 그냥 스타트업을 방치한다. 이들 중에는 외부에는 화려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유명한 투자사들도 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투자사들이 단순히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철학과 태도를 가지고, 어떤 프로세스에 의해서 피투자사들에게 얼마나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단 한 가지 방법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누가 그 투자사의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을까? 그 투자사가 투자 전에 했던 약속들이 투자 이후에도 잘 지켜지는지 누가 가장 잘 알고 있을까? 바로 기존에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이다. ‘잡은 물고기’인 피투자사들이 그 투자회사들의 실제 모습을 가장 잘 알고 있다. 투자사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투자사가 아닌 피투자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여기가 정말 좋은 투자사인지, 왜 그러한지, 다시 또 투자받을 만큼 좋은지 말이다.
나는 스타트업들에게 투자 오퍼를 받았을 때, 반드시 그 오퍼를 준 투자 회사의 다른 포트폴리오 대표님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스타트업에게 투자 오퍼를 드릴 때에도, 우리가 투자 이후에 어떻게 해드리는지를 우리 다른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께 물어보라고 말씀드린다. 이야기해보시고 싶은 대표님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연결도 해드린다.(참고로 우리가 이렇게 해드린 경우, 우리가 드렸던 대부분의 투자 제안은 성사되었다.) 우리 대표님들도 과거에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투자를 받으셨기 때문에, 이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신다.
좋은 투자사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피투자사가 추천하는 투자사이다. 투자사에게 가장 직접적인 고객은 결국 피투자회사들, 특히 피투자회사의 대표님들이다. (LP도 주요한 고객이지만, 나는 스타트업의 대표님을 만족시키면, 결과적으로 LP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만족하는 회사, 고객이 추천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이다. 반대로, "내가 만약 다시 창업한다면 여기에서는 다시 투자받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그곳은 좋은 투자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과 동고동락하며, 대표님들께 만족을 드리고, 또 우리 대표님들께서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DHP에서 꼭 투자받으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투자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정말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면, 우리 대표님들께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좋다. 아래의 인터뷰 시리즈를 참고하셔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