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테크, 금모으기
개인적으로 성과를 기록하고 나타내도 공식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뭔가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릴 때는 학교 성적표나 상장이 나의 결과물이었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급여 등의 수입이 내가 어느정도인지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작년 1월까지 프리랜서 생활을 할 때를 생각해 보면 많지는 않지만 수입이 있었다. 주임급만큼의 많은 양의 일을 처리해도 급여는 턱없이 적고 일을 더 몰아주었던 경험 때문에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했고, 몸값을 조금씩 올리며 일을 줄여나갔다. 간간히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거래하는 고객이 있었고, 나는 수입을 얻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적인 이름과 아무리 적어도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큼의 '수입'이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었다.
건강악화로 작년 1월을 기점으로 프리랜서마저 그만둔 이후에 처음에는 편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일감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마감이라는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니 여유가 생겼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사실 여유를 즐길 새도 없었다. 대신 클라이언트들에게 미안할 일이 없다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프리랜서를 그만둔지 거의 2년째.
나는 다시 고민하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나? 아무 수입이 없는 건 좀 그렇지? 라며 머리를 굴려본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여러 가지 후보를 두고 하나씩 유심히 살핀다. 동그라미 안에 적힌 단어를 하나씩 바라보다가 멈춘다. 그리고 떠올린다. '꼭 일이 아니어도 되잖아?' 내가 지금 생각한 건 수입에 대한 부분이지 꼭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직업이 없어도 소소하게라도 내 통장에 찍힐 수 있는 돈이 뭐가 있는지 살폈다. 그리고 바로 현금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첫번째, 선물이나 이벤트로 받은 기프티콘 중 묵혀둔 기프티콘을 환불했다. '팔라고' 같은 앱에서도 팔 수 있지만, 카카오톡에서 받은 기프티콘은 환불요청을 하면 10%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3일 이내 입금된다. 여러 가지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고 빠르고 깔끔하다. 참고로 나는 스타벅스, 쥬씨, 본죽 등의 기프티콘을 환불했는데, 매장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갈 일이 없는 곳의 쿠폰이었다. (Tip. 환불은 스타벅스가 제일 빠르게 정산해준다.) 나는 앨범에 기프티콘 폴더가 따로 있었고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서 매번 기간을 연장해서 새로 저장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있었다. 대신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작은 단위는 동생한테 간식 먹으라고 준다.
두번째, 서베이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급신청했다. 메일로 설문조사를 요청하는 사이트가 많은데 나도 몇 개를 가입하고 간간히 하고 있어서 환급이 가능했다. 서베이링크, 나우앤퓨쳐, 엠브레인 등에서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서 가능한만큼 다 출금신청을 했다. 시간은 적게 들이면서 심심풀이로 했던 게 생각보다 돈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모든 서베이가에 참여가능한 것이 아니고, 일정 금액을 채우는 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참고로 대부분 현금으로 출금하려면 기본 1만원 이상의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베이링크의 경우에는 2천원 이상만 되면 출금이 가능하다.
이렇게 두 가지로 나는 이번달에 거의 10만원의 현금을 만들었다! 백조지만 이런 공돈으로 내가 완전 잉여는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현금을 만드는 방법은 많겠지만 일단 나는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사용한 방법을 말했다. 그리고 현금이 아니라 현물을 만드는 것도 있다. 이어서 이야기 해보자.
세번째, 포인트로 금을 샀다. 이건 최근에 재미를 붙여서 열심히 모으고 있다. 원래는 '금모아'라는 아시아골드 거래 앱에서 만원, 2만원 금을 샀었다. 그런데 내 돈 쓰지 않고 돈을 모으는 방법도 있었다. '하나멤버스'앱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포인트를 한국금거래소 앱인 '센골드'의 e금 또는 e은으로 바꿀 수 있다. 하나은행이나 하나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하고 포인트를 쉽게 모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언가 가입하고 좋아요 누르는 걸 싫어해서 그냥 클릭 한 번으로 1포인트씩 받는 것만 했는데도 하루에 100포인트는 기본으로 얻을 수 있다.(주말에 600포인트를 모아서 바꾸기도 했다) 나의 경우에는 은 보다는 금이 좋아서 e금으로 매일 바꾸고 있는데, 최근에 앞으로 은이 필요한 곳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얼핏 들려서 e은도 사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참고로 e금이나 e은으로 포인트를 바꾸려면 평일 업무시간만 가능하다. 또 현물로 가지고 있으려면 세금이나 수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e금, e은으로 놔두고 나중에 필요할 때 현물로 바꾸는 게 좋다.
앱테크가 많이 뜨는 추세인데 이런식으로 현금을 작게라도 만들면 괜히 뿌듯한 마음도 들고 좋은 것 같다. 포인트 10원 모아서 뭐하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폰을 자주 볼 필요도 없고 메일 확인을 자주 할 필요도 없다. 시간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메일로 오는 서베이는 하루에 1번, 앱으로 포인트 모으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서, 12시 점심 먹을 때, 6시 저녁 먹을 때, 자기 전에 4번이다. 한 번에 5분 정도면 끝난다.
이번달이 시작한지 오늘이 9일째인데 통장으로 들어오는 현금과 e금이 있으니 괜스레 든든한 기분이다. 돈 들이지 않고 포인트로 금 모으는 사람! 뭔가 멋지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사이트나 앱도 더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소개해보았다. 요새 앱테크가 유행이라고 추천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귀 팔랑거리지 말자. 시간은 금이다. 실속 챙겨가면서 똑똑하게 앱테크하자.
소소하게 공돈 만드는 방법! e금 모으는 방법! 앱테크! 어렵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