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131일차] 죽음에 관하여 part.1

죽음, 영원한 이별

by 김연필

- 지난 토요일 향년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막내고모의 명복을 빕니다 -


내가 처음으로 죽음을 접한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엄마의 죽음이었다.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아버지와의 이혼 후, 고된 삶이 괴로워 술을 마시고 집으로 향하던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무구하기만하던 8살의 어느날, 그렇게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이모들의 손에 이끌려 장례식장에 도착했을때도 나는 뭐가 뭔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한동안 보지 못한 그 거리감 때문이었을까? 그 시절의 어린 나는 눈물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뭐가 뭔지도 알지 못했다.


두번째로 죽음을 접한건, 정확한 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10대초반의 어느 추석이었다. 큰집에 모여 다같이 차례를 지내고 난 뒤, 큰집에서 놀고 있었다. 목이 말라 부엌에 물을 마시러 갔는데, 갑자기 아빠가 뛰어 들어오더니 당장 물을 가지고 오라고 소리를 치셨다. 뭐가 뭔지 몰라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던 내게 버럭 화를 내시고는 내가 들고있던 물병을 낚아채시고는 부엌 밖으로 나가셨다. 할머니가 농약을 마셨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고, 그렇게 할머니께서는 소천하셨다. 아빠가 나에게 그렇게 화를 내며 소리를 친건 그날뿐이었다.


세번째,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 반 친구중에 백혈병에 걸린 친구가 있었다. 시작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고, 종종 그 친구집에 놀러갔다.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아무것도 모르건 나와는 달리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아 아는 것이 많았던 친구, 뉴키즈온더블럭도 그 친구로 인해 알게 되었다.(캐롤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영어로 된 노래를 들은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종종 놀던 시간이 언제부턴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어느날부터 친구가 학교에 나오질 않았고, 얼마뒤에 선생님으로부터 그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처음으로 죽음이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네번째, 지금 시대라면 중2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나이에 한 친구가 전학을 왔다. 키가 작고 똘똘하게 생긴 친구는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전학오자마자 내가 반에서 1등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그랬다. 몇몇 친구들은 그런 그 친구가 미웠는지, 괴롭히고 싶었나보다. 어느날, 우리반에서 제일 멍청하고 장난이 심한 녀석과 싸움을 붙였다. 결국 둘이 놀이터에서 한판 붙었는데, 그 친구가 체급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까불이 친구는 이정도면 됐다고 그만하자고 해도 그 친구는 아직 더 싸울 수 있다며 계속 덤볐고, 결국 쌍코피가 터지면서 싸움은 끝이났다. 다들 떠나고 그 친구와 단둘이 남은 나는 그 친구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서 피 묻은 교복을 함께 빨았다. 그리고 그길로 자연스럽게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게 되었고, 녀석과 난 친구가 되었다. 그러면서 키가 작은게 컴플렉스라는 고백을 듣게 되었고, 그때문에 지기 싫은 경향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얼마후 학교 시험 성적이 나왔다. 녀석은 1등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상위권이었다. 그냥 입만 살은 못난 녀석은 아니었다.

새학년이 되고 반이 갈라지면서 우리는 사이가 조금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방송국 차가 학교에 찾아왔다. 몇교시가 지난 후, 그 녀석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아파트 16층에서 몸을 던졌다고 했다. 난쟁이 똥자루라는 별명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고 유서에 적혀있었다고 했다. 아마도 키가 작은데다 지나친 자신감이 꼴보기 싫었던 친구들이 무슨일만 있으면 키작은걸 싫어한다는 것을 아니깐 그렇게 놀려댔었나보다. 키크는 수술을 할거라서 뼈를 좀 유연하게 만들어놔야 한다며 오렌지쥬스에 식초를 1:1로 섞어서까지 마시던 녀석이 수술도 하기 전에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날, 나는 전보다 자주 놀지 못한것이 그렇게 미안했다. 그리고 16층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그런 깡이 그 녀석이라면 갖고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한명의 친구를 완전히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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