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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록하는 비밀일기장2

[일기에 진심인 편입니다-개정판] 4장 2부

"이야기 난도질" by ChatGPT4 Image Generator

(1부에서 이어짐)

1부에서는 소설 1984 속 오세아니아 집권당의 역사조작과 왜곡에 비춰 우리 시대 미디어의 가짜뉴스, 편파뉴스를 살펴봤다. 이번장에서는 우리 일상 속, 마음 속의 역사왜곡을 알아보고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처럼 진실의 일기를 쓰는 것을 권하려한다.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윈스턴은 탁자에 일기를 펴 놓은 채 놓아두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에는 방 건너편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큰 글자로 ‘빅 브라더*를 타도하라’라는 문구가 빼곡하게 적혔다.

조지 오웰, <1984>


*빅 브라더 : 소설 속 기득권당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로 영상과 홍보 포스터로만 존재한다. 표면적으로는 오세아니아의 통치자이며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이번장의 주제와 연관짓자면 역사조작과 왜곡의 상징적인 총 책임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상 속 역사왜곡

타인의 왜곡

습관적으로 말 바꾸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된다. '나 그런 말 한적 없는데?'라며 말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삭제하고 대체하는 일이다. 물론 의도치 않게 잘 기억나지 않아서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비의도적인 역사왜곡, 기억왜곡이다. 


좀 더 의도적이고 악랄한 경우라면 '왕따'에 따라오는 선동과 거짓이 있다. 안타깝게도 직장 또는 학교에서 때때로 일어나는 일이다. 오세아니아의 집권당 처럼 권력을 쥔 이들은 왕따의 대상이 한 행동들을 과장하고 확대해석할 수 있다. 한 두가지 말과 행동만 트집잡는 것이다. 앞선 장에서 언급한 '역사학적 사고방식 3가지'를 정확히 반대로 적용한다. 맥락을 고려치 않고, 한가지 원인만 강조하는 것이다.  


자신의 왜곡

타인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스스로에게 역사왜곡을 가하기도 한다. 잘 기억 안날 때는 대충 나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끼워맞춘다. 의도적으로 말 바꾸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에 맞춰 말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 되어버릴 때도 있다. 


내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기억은 은근히 잊어버리거나 심지어 적극적인 각색을 실행하기도 한다. 정말 인정하기 힘든 나의 결점이 드러난 순간은 왠만하면 다들 회피하고 싶은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사실 나의 단점만 되새김질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의 장점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단점도 때로 직면해서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뻔뻔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마음 속 오세아니아의 집권당을 견제하는 양심의 윈스턴을 잘 보존해야한다. 


솔직하게 기록하는 비밀일기장이 도와줄 수 있다. 


비밀일기장에 써보는 진실

나 자신에 대응하기

나 자신의 기억왜곡에 대해서는 특히 비밀일기장이 도움이 될 것이다. 공개하는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하게 쓰기 더 수월하다. 비밀일기 안에 솔직함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레 기억왜곡에 대응이 된다. 


물론 진솔하게 기록하는 것이 때로는 괴로울 수 있다. 윈스턴이 처음 일기를 쓸 때 위협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진실을 기록하려는 내 양심의 윈스턴을 더 지원해주자. 조지 오웰의 소설이 권력의 승리로 끝나니 권력에 순응하며 살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테다. 아마 윈스턴에 동조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면 끝은 달랐을 것이다. 


타인에 대응하기

타인의 기억왜곡에 대해서도 비밀일기장은 특효약이다. 공적인 발언은 회의록에 남아 있어서 언제든 확인 가능하지만 직장에서는 공적 기록으로 다시 읽기 힘든, '커튼 뒤에서' 일어나는 일도 많다. 사무실에서 툭툭 던지듯 하는 말 중에도 기록해야할 만한 것들이 있다. 


평소 일기쓸 때 다른 사람의 말을 써두는 습관을 들이기를 추천한다. 특히 '있는 그대로' 쓰는 연습이 중요하다. 쉬우면서도 잘 안되는 일이다. 누군가 한 말을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내 해석대로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요약했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왜곡, 축소 또는 과대해석일 때도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양이 조금 많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훈련을 위해 녹취록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써보는 것이 유용하다. 그러다 점점 더 맥락에 맞게 간결히 요약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대충 기억에 남는 말 한마디만 선별하는 것과 핵심적인 정보들을 잘 반영하여 간추려내는 것 사이에는 때로 큰 차이가 있다. 


사회에 대응하기

가짜뉴스와 편파뉴스의 왜곡에 대해서도 비밀일기장으로 뭔가 해볼 수 있다. 가끔 냄새가 나는(?) 뉴스는 일기장에 대략적으로라도 기록한다. 소위 말하는 '마녀사냥'의 열기를 몰고다니는 그런 뉴스말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강렬한 댓글도 함께 기록한다. 그리고 그렇게 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간을 가진다. 


사실 내가 뉴스기자가 아닌 이상 현장에 가서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진실을 일기장에 기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채널의 뉴스를 보며 교차검증해보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충분한 팩트체크나 법적판단의 결과 등이 나오기 까지 결론짓기를 유보하는 것도 실시간 댓글의 시대에는 꽤 중요하다. 기름에 불붓듯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듯한 유튜브 컨텐츠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한다.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태도일 것이다. 


전체 줄거리를 담다

내게 불리한 에피소드를 빼버리면 줄거리에 구멍이 난다. 내 인생의 온전한 줄거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라는 장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제대로 된 이해가 어려워진다. 영화상영 한 중간에 들어오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법이다. 앞의 줄거리를 전체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을 수록 현재 장면이 이해가 되고 재미있다. 심지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고 나서야 더욱 의미있는 영화초반의 장면들도 있다. 유명한 영화 중에는 N차 관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영화 이야기보다 내 인생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솔직한 비밀일기는 여태까지 내 인생의 전체 줄거리를 숨김없이 N차 관람할 수 있게 해준다. 고통의 기억 중에는 다시 읽고싶지 않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 트라우마를 남길정도로 심각했던 사건은 사실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돌이켜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이 회복되고 튼튼해졌다면 무의식적으로 공격해오는 과거 고통의 기억에 직면해야할 때도 있는 것이다. 가능한 만큼 비밀일기에 기록해두면 후에 제대로 직면할 수 있다. 


희노애락이 균형있게 잘 담겨 있는 비밀일기장은 내 삶의 줄거리를 엮어줄 것이다. 그러면 나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더욱 신중하고 지혜롭게 계획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나를 일기에서 다시 읽다보면 현재의 나를 이해하게 되는 즐거움도 제공해줄 것이다. 


일기는 그런 나만의 역사책이다. 


사석에서 만나보면 자전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주 솔직하다. 과거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방어하기보다 과거를 궁금해하는 쪽이다.

메리 카,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이야기 봉합" by ChatGPT4 Image Gene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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