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가
무슨 말을 하는 중간에
트림이 나왔다.
그런데 묘하게 그 소리랑
말하려던 말이 잘 맞아서
한바탕 다 같이 깔깔 웃었다.
이렇게 웃긴 일이 있으면
두 아들은 꼭 내게
복제를 요청한다.
똑같이 해서 또 웃겨달란 거다.
별생각 없이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그거 너무 자연스러워서
못 따라 하겠는데."
행복하고 재미있는 순간 중에서도
자연스러운 장면들은 꽤나 귀하다.
재현하면 어색하기 때문이다.
일기는 이런 무가공 리얼리티를
그때그때 담는 곳이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가 된 지 오래이기에
다들 알지 않는가.
그 장면들이 온전히 '찐'은
아닌 것을 말이다.
반면에 일기는 진정한
'날것'의 기록이다.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에 대한
날것의 기록이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만의
매력이 있다.
가식을 벗어던지고
속에 있는 것을 털어놓는
그 순간의 매력이 있다.
리얼리티 예능도 그렇게
흥했지만 갈수록
'날것'조차도 얇은 가면이
될 수밖에 없었을 테다.
상업 영상의 당연한 귀결이다.
일기는 상업적이지 않다.
일기로 돈 벌 수 없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안된다고 할지 모르나
되려 그렇기에 다른 방향으로 동기부여가 된다.
아무런 억압 없이
순수히 내뱉을 수 있는 공간이
일기다.
일기에 나를 드러내보자.
자연스러운 나, 자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나일 때
여유가 찾아온다.
일기로 여유를 되찾아야
빡빡한 일상에 다시 덤빌 수 있다.
잠깐 사회가 요구하는 가면을 써야 하더라도
여전히 나를 나로 지켜낼 수 있다.
다시는 재현하지 못할
내 마음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일기에 글로 담아내본다.
이렇게 보면
일기는 가식을 벗겨내는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