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중독사회,
피로사회,
분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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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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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라는 표현을
책이나 뉴스에서
간간히 보고 듣는다.
나는 일기를 좋아하니까
일기사회를 한번
상상해 본다.
일기를 쓰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일기를 쓰는 사람은
이미 꽤 있어 보인다.
아니면 쓰는 사람만 쓰는
그런 고인 물(?)의 액티비티일까.
유튜브 영상 만드시는 분들
일기경력을 보면 대단하다.
기본이 10년이다.
(슬쩍 끼어보자면
나도 22년 차이긴 하다.)
그분들 영상을 보면
하나같이 통찰이 있고
젠틀하시고 그렇다.
(흠, 흠!)
나도 느끼는 게
나같이 공부 못한 학생도
일기를 오랜 시간 쓰니까
이렇게 글도 쓰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 참 잘하네 하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
겸손 떠는 게 아니다.
나는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교 꼴찌 바로 앞이었다.
그리고 곧
20살 성인이 되었고
나름의 인생 전환점이 있었다.
(종교적인 이야기다)
그제야 죽어있던 수치심이
되살아났다.
일기를 쓰고 책을 읽으려는
문자에 대한 집착이
반동처럼 오랜 시간 강하게
이어져 온 것은,
그 때문이리라.
독서가 타인의 생각을 탐구하는 것이라면
일기는 나의 생각을 탐구하는 것이다.
생경한 외부의 생각을 내 것으로 흡수하는 활동이다.
말하자면,
나만의 역사책을 쓰며
지혜를 짜내는 작업이다.
인공지능 사회에서는
지식의 격차는 줄었겠지만
지식의 적용이 필요한
지혜의 격차는 어떨까.
반면
일기사회에서는
지혜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인공지능 사회에서는
과학과 인문학, 역사 등
모든 학문의 지식이 편만하겠지만
'나'에 관한 정보는
내가 관찰하고 기록하고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 기록이 바로 일기이다.
대학에서 어떤 교수님이
전문가들의 특별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체계적인 기록 축적이라고
하셨던 것이 왠지 잊히지 않는다.
일기는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의 시작이다.
일기란
내 인생이란 학문,
'나'에 관한 학문의 시작이다.
이 학문은 공통적인 이름이 없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길동'학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학문이다.
이외에도 일기사회의 이점은
꽤 있을 것 같다.
일기는 감정배출로도 유명하다.
감정적으로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
일기는 성찰로도 유명하다.
스스로 돌아보니 좀 덜 싸우는 사회 아닐까.
일기는 자기 관리기술로도 유명하다.
일처리도 더 수월한 사회일 것 같다.
일기는 리더의 기록으로도 유명하다.
좋은 리더들이 많은 사회라니, 나쁘지 않다.
좋은 리더 밑에서 일하는 것도 복이지 않은가.
간단히 결론짓자면,
일기사회는 좀 더 행복한 사회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고 누군가 일기를 쓰게 된다면
그런 행복으로 한걸음 다가간 것 아니겠냐고
나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일기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들 하지만,
개인적인 걸 함께 하면 사회적인 것이다.
이 사회적인 활동을
또 추천해 본다.
일기사회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