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너무 화가 날 때
나는 얼른 일기를 쓴다.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을 때
일단 대체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일기에 다 뱉어내어본다.
상황이 좀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되고
그러면 울분이 조금은 해소가 된다.
물론
되려 곱씹다가
또 화가 날 때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당장에
이 뜨거운 감정을
다룰 힘이 한 톨도 없다
싶을 때는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는다.
글을 쓰는 것도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보니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확보하고 나면
곧 다시 나는 일기 쓰는
일에 착수한다.
내가 왜 화났는지
나 스스로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때로는 놀랍다.
막 화나다 보면
이유는 이미 명확하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 안팎의 상황을
시간순서대로
글로 드러내다 보면
흐릿했던 부분이
꼭 한 두 가지씩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퍼즐들을
일기 쓰기를 통해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미 명확하다고
생각하는 퍼즐들도
일목요연히 나열해 두면
그것대로 또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여전히 분노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가 있지만
그것마저도 내 일기 속 역사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다음에는
좀 더 잘 대응할 수 있겠지
좀 더 잘 해소할 수 있겠지
희망도 쌓아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