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일기는 지난 22년간
나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 중 하나였다.
일기 스스로 내게 단 한마디의 위로나
조언을 해준 적은 없다.
그저 훌륭한 상담자처럼
묵묵히 나의 격노와
좌절감과 불안과 걱정을
경청해 주고
담아주었을 뿐이다.
그것이 때로는 인생이
휘두르는 겹겹의 파도를
견디게 해 주었다.
때론 조용히 듣는 것이
답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일기의 기본값이다.
그리고 일기는 침묵하는 것만도 아니다.
어둑한 기억의 저장고를
기록으로 환히 밝혀서,
한 때 들었지만 잊힌 조언과 위로를
다시금 선명하게 전해주기도 한다.
일기는 그 자체로
무엇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만드냐로
존재할 뿐이다.
나는 내 일기를 훌륭한 경청자이자
소중한 경험을 언제고 다시 들려주는
위로자와 조언자로 삼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매일 기록해 보려 애쓴다.
책갈피를 하고 이름을 지어
목차를 만든다.
매일 쓰는 것이
즐거워진 것에도
일기는 분명 큰 몫을
했을 테다.
일기는 지금도 내가 견뎌야 하는
인생의 구석구석에서
조용히 내 등을 마주 밀어주는,
그런 소중한 존재들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