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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인공지능이 만나면 2

[일기에 관한 긴듯 짧은 글들]

미래에 인공지능의 능력이

더욱 탁월해진다면


내가 눈을 감은 뒤 아이들에게

나를 남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이미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Character.ai란 사이트를 아는가? 

거기 가보면 역사적 인물들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 챗봇들과 대화할 수 있다.


역사적 기록물들을 활용했을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일기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역사적 기록물인

일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챗봇을 만들면 어떨까. 


내 기억을 가지고

내 성격을 흉내 내는

그런 챗봇은 지금도

꽤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2년 차를 맞이한 내 일기장은 

이제 5,000페이지가 넘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더욱 세밀하게 모든 정보를 취합할 것이고

또 이에 따라 나의 성격, 성향도 유추해 낼 것이다. 


내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할지를 예측하는 정도는

미래 인공지능에게는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심지어 내가 주로 어떤 일을 잊는지 조차

알아내어 '까먹은 듯' 흉내 낼지도 모르겠다. 

(연애시절부터 내 별명은 '깜빡이'였다)


즉, 인간지능을 넘은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나의 아이들에게 '인공지능 아빠'를 

남겨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제 나이가 꽤 있으신 나의 부모님을 

떠올려보면,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당연히 부모님과 계속 대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챗봇이 부모님을 흉내 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불편감은 있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직접 그 챗봇과 대화해 봐야 느낌이 올 것 같다. 


여기에 VR 기술까지 접목시키면

어떻게 될까? 


너무 리얼해서 문제가 될 것 같다.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슈가 될 것 같다. 

챗봇의 형태가 그나마 나을지도.


정 부담스럽다면 

아이들과 나와의 추억을 안내하는 

'추억 집사'정도는 어떨까. 


이런 식이라면, 

데이터 센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유지되는 한, 


'인공지능 나'는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올법한 서비스 아닌가. 


물론 한편으로는 

약간 소름 돋기도 한다. 


만약 내 일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해킹을 당해

내 개인 정보를 다 떠벌리고 

다닌다면? 


꽤 끔찍한 상상이지만

애초에 일기장을 넘길 때 

좀 가려서 넘기는 방법도

있을 테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업에서

개인정보 침해로 인해 

나에게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꽤 클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문제만 해결된다면

어쩌면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 꼼꼼하게 수십 년 동안 쓴 

일기장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최근 들어 좀 더 꼼꼼히 하루를 

기록하고 있는데 미래의 인공지능이

내 아이들에게 또는 나 자신에게 

간결하고 통찰력 있게 전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물론 안전해야 맡기겠지만!


개인정보보호라는 차원에서 보면

일기 쓰기는 고도의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고유한 노동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허락 없이는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엿볼 수 없기에

인공지능이 일기를 대신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써둔 일기에 대해서도 

인공지능이 마음대로 접근해서 

학습할 수도 없다. 


물론 적극적으로 일기의 내용을 

일부 인공지능에게 공유하는 것을 통해

'인공지능 나'같은, 나의 인공지능 도플갱어를

만들어내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일기의 가치는 올라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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