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스코티시폴드의 피가 조금 섞인 아주 귀엽게 생긴 아메리칸 숏헤어 고양이다. 이건 내가 키우고 있기 때문이 아니고 진짜 아주 상당히 귀엽게 생겼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군... 고양이를 10여 분간 쓰다듬으면 하루의 피로가 전부 날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우리 달리를 쓰다듬고 싶다.
자다가 슬그머니 눈을 뜬 달리
처음 가족이 되었을 때는 달리의 기묘한 행동에 놀란 적이 여러 번이었다. 혼자 가상의 적이라도 상대하듯 집안을 왕복하며 점프하는가 하면 갑자기 이불과 싸우고 휴지와 싸우고 침대맡에서 내 머리에 냥냥 펀치를 날리고 도망가고는 하는 행동들이 그것이었다. 그런 행동들은 대부분 아주 짧은 시간에 호다닥 벌어지기 때문에, 타고난 암살자로써 은밀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고양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주변의 모든 물건들에 다 크나큰 영향력을 미치며 일어났다. 덕분에 이 친구가 시도 때도 없이 본인의 취향대로 재배치하는 내 집의 물건들을 다시 내 취향으로 재배치하는 일이 나의 일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몇몇 중요한 것들에 한해 재배치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련의 작업을 진행했는데, 손이 없으면 열 수 없는 쓰레기통을 샀으며(고양이 발로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나의 여행 기념품들에다가는(이미 밴프에서 사 온 스노볼 하나가 깨진 후에야) 양면테이프를 붙여 책장에 고정시켜놨고 갑 티슈 및 두루마리 휴지를 내 공간에서 제거해야 했다.
지금에 와서는 물론 갑자기 뭐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던가 우다다 소리와 함께 밥그릇이 엎어져 사료가 쏟아지는 소리가 나더라도 별반 당황하지 않고 의연해지기는 했다. 녀석이 부숴놓는 모든 것들의 가치가 녀석이 나에게 주는 심적 안정감에 한참 모자라기 때문에, 그저 잠들기 전 한번 와서 핥아주고 가기만 한다면 나는 지친 하루의 끝에라도 기꺼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집안을 치울 용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