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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벌꿀 Jul 03. 2020

<시저는 죽어야한다 Cesare deve morire>

예술과 삶과 영화 그리고 경계선

영화 <Cesare deve morire, 시저는 죽어야 한다>



파올로 타비아니 (Paolo Taviani) 와 비토리오 타비아니 (Vittorio Taviani) 형제의 이 영화는 흑백에다가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며 밋밋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크게 흥미로운 사건도 없으며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보고 있을 수록, 점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가득하다. 



영화는 실제 로마의 Rebibbia 레비비아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연극 프로그램으로 셰익스피어의 <Giulio Cesare 줄리어스 시저> 극을 준비하고 올리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로 만들기 전부터도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참여하는 연극 프로그램은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 영화에 Bruto 브루토 역으로 나오는 Salvatore Striano 살바토레 스트리아노 는 실제로 교도소의 이러한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출소 후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그랑프리를 수상한 Matteo Garrone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Gomorra 고모라> 에도 출연했으며 이 영화에서는 Bruto 브루토 역을 맡았다. 그리고 지금도 배우로써 활동하고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이 것이 다큐멘터리인지 영화인지, 배우인지 실제 수감자인지 그 경계와 의미를 지워버린다. 연극을 준비하는 배우로서의 수감자들과 실제 수감자로써의 그들은 차이가 없어보인다. 배역의 인물과 본인 자신을 혼동하는 그들의 몰입도, 그리고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열정을 통해 영화를 보는 이들 역시 인간에 대한 시야와 감정이 깊어지고 넓어짐을 느낀다.



영화에서 비춰지는 수감자들은 그렇게 험악해 보이지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 그냥 어디에나 있을 법한 걸걸한 남자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그들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기도한, 살인과 마약밀매 등 무거운 죄를 지은 범죄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연극을 준비하며 느끼는 열의와 해방감, 그리고 큰 환호 속에서 연극을 마치며 느끼는 환희와 기쁨을 보며 영화를 보는 이들 역시,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연극과 영화, 죄수와 배우, 연기와 삶, 감옥과 무대 모든 것의 경계를 지우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는 사라지고, 수감자들은 다시 교도소의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Da quando ho conosciuto l'arte questa cella è diventata una prigione>

내가 예술을 알고나서부터, 이 방이 감옥이 되었다.




어느 시점부터 매일매일을 비슷한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영화는 이러한 예술의 힘을 큰 몸짓을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200년도 전에 이곳을 여행한 진정한 예술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로마에서 적은 글귀를 다시한번 떠올리게 한다. 


<예술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긍정적인'요소, 즉 '교훈적인'요소와 '전승될 수 있는'요소가 있다. 그리고 지극히 정신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술적인 장점들이 많다....... 그리고 고상한 것이든 미천한 것이든 로마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 괴테, 이탈리아기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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