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안한 꿈을 꾸었다.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생각난 듯
어떤 집으로 들어가 방문을 여는 나.
그 방에는 잊고있던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있었고 마치 오랜시간 조난 당한 사람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다. 덥수룩한 수염, 팅팅 불은 몸 전반적인 관리가 되지않은 상태의 모습으로 그 방에 머물러 있었다. 돌아보니 그와 연결될 수 있었던 친구가 서 있었다. 현실에서는 존재조차 잊고 지낸지 수년이 지난 그들에게 이제는 나가달라며 결단을 내리는 모습의 내가보였다. 갑자기 그가 어리론가 뛰어가길래 쫓아 들어가니 큰 장안에 켭켭이 쌓인 이불들 사이로 쏙 숨어버렸다. 그런데 쌓인 이불들 틈에는 그 외에도 여러명이 꿈틀대고 있었다. 장면이 바뀌고 어느덧 깨끗하게 비워진 방안에서 여기저기 서랍장을 열면서 체크하는 나. 쓱 한번 돌아보는데 생각보다 넓네? 라고 꿈속에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장면이 끝나고 개운한 마음에 잠에서 깼다.
지난밤 술을 엄청나게 마셨는데도 말끔한 컨디션
핸드폰을 보니 오늘은 9월 15일
‘이쯔음 누구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출근하는 버스에서 불현듯 떠올랐다.
아,
꿈에서 내 소유 인것 같던 방을 비우고 나간 그사람의 생일, 바로 어제 9월 14일이구나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위해 태어났구나, 싶을정도로 사랑하고 운명을 느끼는 상대와 4년을 함께 하며 옛날의 기억은 잔인하리만큼 거짓말처럼 모두 잊혀진다.
내 잠재의식속에 남았던 아주작은 기억의 파편이 오늘부로 모두 비워졌나보다, 생각해본다.
참 희안하지
하필 그의 생일에 맞춰 의식을 치루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