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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May 04. 2017

교토의 기억

일본인의 정신적 고향 교토와 마주하다.

일본인 친구인 마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일본의 행정적 수도는 도쿄지만, 정신적 수도는 쿄토다.'(일본에서 쿄라는 의미는 수도다.)  그만큼 많은 문화와 문화재들이 남아 있는 곳이 교토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는 교토로 가기 위한 환승 플랫폼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4월의 날씨는 무척이나 무덥다. 나라에서 오는 내내 땀이 멈추질 않아 사람들에게 괜시리 미안하게만 느껴졌다. 더위도 잘 타는 나인데 말이다. 단바바시역 환승 플랫폼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필 이런 때에 기차가 지연되어 30여분 정도를 더 기다리게 되었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잘 생각을 하지 않다가도 여행지에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시간을 계산하게 된다.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나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남아서 플랫폼을 기웃거렸다. 12시가 지나서인지 환승역 안에 있는 아케이드 상가는 분주했다. 도시락을 살려고 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잠시 점심 생각을 하다가 도착해서 먹기로 했다.  

30여분의 기다림과 함께 단바바시역을 출발하여,

후시미이나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교토에서 유명한 신사중 하나인 이나리 신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나 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나와 같은 목적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번잡한 사람들을 피해 뒷골목 여행을 떠나본다. 복잡한 역을 잠시 빗겨가니 조용한 골목들이 쭉 이어져 있었다. 조용히 걸어가며, 교토의 풍경을 감상했다. 어느 한 곳도 치우치지 않은 깨끗한 골목과 조용한 골목의 모습들만 이어져 있다. 목조 주택과 연립 주택들이 이 도시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 뒷골목을 돌아 들어간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사를 보기 위해 쭉이어져 있었다. 특히, 길거리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가 나의 배고픈 마음을 쿡 찌르는 듯 했다. 사람들을 피해서 주문을 해볼 요량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이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광객들 때문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매너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하며, 음식을 받아들고 아무곳에 턱하니 앉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영화나 만화에서 파는 축제 때 파는 야키소바를 상상하고 받아 들었는데, 너무 짜서 물 한통을 다 마셔 버렸다. 더우면 소금을 섭취하라는 뜻으로 알고, 신사 경내를 조용히 바라 보았다. 전형적인 일본의 사원 모습이다. 오렌지색에 강렬한 풍경과 경내에 울려 퍼지는 전통 음악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경내 뒷쪽에는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배경이 되었던 도리이가 있다.


영화에서 어린 치요가 뛰어가던 장면이 생각났다. 이 영화는 소설을 읽다가 너무 두꺼워서 나도 모르게 포기를 했고, 영화도 지루한 감이 있어서 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영상미는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일본 특유의 영상미라기 보다는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해서,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기억도 있었다. 아름답기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되었다.쭉 이어져 있는 도리이는 눈에 착시 현상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쭉 걷고 있으니 이 걸 세운 사람도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듯 했다.

내려오는 길에 골목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며, 기차에 올랐다. 타고 있는 동안에도 머릿 속에서는 어디로 이동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생각을 할 수록 마음이 급해 보이는 나였다. 여유를 가질만도 한데 말이다.


기온 시조역에 도착을 했다. 교토에 숙박을 잡지 않은 하루 여행이었기에 보고자 하는 것들은 다 보고 싶었다.

역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함께 걷고 있었다. 그들도 나와 가는 방향이 같은 듯 했다. 교복을 입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순박해 보였다. 맵을 몇번씩 쳐다보며,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몇 번을 확인했다. 계속 이어지는 언덕에 그만 숨이 턱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웃옷을 벗어 던지고, 하염 없이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기요즈미데라. 교토에 오면 관광객들이 꼭 방문한다는 그 절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 이 언덕길을 마다 않고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 중에 하나가 나이고 말이다. 20여분을 오르니 매표소가 보였다. 표를 들고, 기요즈미데라 경내로 진입했다. 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들로 경내는 많이 붐볐다. 교토의 사계절을 다 담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아쉽게도 본당은 공사 중이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경건한 마음만을 가진 채 경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약수터에는 사람들이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왼쪽은 지혜, 가운데는 사랑. 오른쪽은 장수라고 했다. 효험이 있는지는 마셔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저 물도 기요즈미데라의 마케팅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경내를 내려오는 길, 사람들이 많지 않아 걷기가 좋았다. 올라왔을 때와는 다른 모습에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상점들 대부분이 전통적인 것을 판매하고 있었기에 나도 하나 구매해볼까 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이내 포기하고 가던 길을 갔다. 가고 있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사람 같지는 않고, 관광객들이 대부분 대여를 해서 입고 다니는 듯 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에 눈이 가는 의상이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폭이 좁은 치마와 게다(일본 신발)가 맞지 않는지 연신 웃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 모습이 웃으면 안되는데 자꾸 보고 웃게 되었다.


생각없이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기온 거리에 도착했다. 게이샤 몇 명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하얀 분칠을 하고 기모노를 입은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허락 받지 않은 촬영은 안될 것 같아 멀리서 쳐다만 보았다. 일본에 옛모습이 이런 모습일까? 길 자체도 바둑판처럼 잘 이어져 놓아서 길을 헤메이는 일은 없을 듯 했다. 도로 정리도 그 시대 때 이미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듯 했다.

바닥 하나하나 건물 하나하나가 일본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도 이 풍경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나도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돌아다녀볼까 잠시 생각을 했다가 위화감이 들 것 같아 이내 포기했다.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한 교토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기도 해서 잠시 쉬어갈 겸 '핸드드립' 한잔을 주문하고, 직원에게 자랑하듯 인스타그램 팔로워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내 웃으며, 한국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 고맙다며, 서비스로 단거 먹으며 힘내라고 찹쌀떡 하나를 줬다. 작은 친절에 감사를 표했다. 잠시 서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곤에 지쳐 있던 나의 뇌가, 커피 이야기로 깨어나는 듯 했다.

한잔에 카페인 파워로 정신을 차리고 교토와 이별을 고한다. 도시에서의 쇼핑과 높은 건물들을 바라보다가, 전통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오늘은 참 보람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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